부동산 광풍에 ‘뉴스테이’ 휩쓸리는데 구경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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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하는 뉴스테이

부산 남구 우암2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이 뉴스테이 착공 후 일반분양 전환을 추진하다 수개월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노후 주거지 정비 사업 활성화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해 온 뉴스테이(정비사업 연계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잇따라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면서 줄줄이 좌초되거나 파행을 겪고 있다. 주거난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정부가 뉴스테이 사업을 가열차게 추진했지만, 정작 조합 측에 불리한 구조로 돼 있는 사업비 분담금 조정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일반분양으로의 사업 전환을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등 전국적으로 포기 잇따라
조합원들 “공사비 부담 커졌는데
집값 초기 시세 80% 고정” 불만
부산시 “사업비 변경계약 되도록
국토부 4차례 건의해도 미반영”
임대주택 사업인데 정부 소극 대처


■부동산 광풍에 일반분양 전환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 사업은 전국 31개 사업지, 총가구 수는 7만 5000가구에 이르는 노후 주거지 재개발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성 문제로 정비 사업이 장기간 추진되지 못했던 재개발 사업장의 일반분양 물량을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출자한 리츠(임대사업자)를 통해 주변 시세의 80% 가격으로 선매입함으로써 미분양 리스크를 없애고 임대주택도 활발히 공급하자는 취지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출발했다. 이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뉴스테이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입주 자격 제한을 두는 등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사업을 이어받았다.

부산에서도 감천2, 우암1, 우암2, 감만1구역 등 4곳이 2016년 뉴스테이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2000년대 초부터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진척이 없었다.

뉴스테이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우암2와 감만1구역은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아 세대 수가 늘어났고, 조합원 세대를 제외한 70%가량의 나머지 세대는 모두 통매각 방식으로 임대로 넘겨 분양 리스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암2구역은 2018년 4월 리츠 매매계약을 체결 후 2019년 9월 본공사가 시작됐다. 감만 1구역도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확 살아나고, 외지 자금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청약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일반분양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반분양 물량을 조합이 직접 분양하는 만큼 수익을 훨씬 더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뉴스테이 개발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감천2구역과 우암 1구역은 지난해 초 잇따라 일반 재개발로 전환해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 우암2구역은 착공까지 한 상태에서 뒤늦게 일반 재개발로 전환하려다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조합 부담, 정부 ‘나몰라라 ’

뉴스테이에서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산만이 아니다. 2019년 인천 부평4구역과 청천2구역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인천 송림1·2동이 일반분양으로 선회했다. 다른 상당수 사업장도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여기엔 임대사업자가 사들이는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시세의 80% 수준)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 조합 측은 주택가격이 사업 초기보다 상승했고 사업비는 증가하는데, 사업 초기 시세의 80%로 인수가격을 고정시켜 놓는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법에는 사업시행자와 우선협상대상자 간의 매매계약 이후 착공 전까지 전체 공사비가 증액되는 경우, 이를 조합원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우암2구역의 경우도 2018년 체결된 리츠세대 매매금액은 3.3㎡(평)당 838만 원으로 고정된 반면, 착공 때 조합원에게만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다. 조합원 세대 분양가는 당초 3.3㎡당 760만 원이었지만, 2019년 9월 착공 시점에는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 3.3㎡당 분양가가 810만 원으로 뛰었다. 30평형인 경우 조합원 분담금이 1500만 원 늘어났다.

사업 진행이 늦어질수록 조합원 부담만 커지는 구조여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높다. 주거난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에도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해 뉴스테이 사업이 좌초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엔 뉴스테이 사업장 주변 분양가가 크게 치솟으며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일반분양을 추진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수개월째 사업이 올스톱된 우암2구역이 대표적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 투자자들이 대거 밀려오면서 사업 성공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보다는 막연히 수익만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 셈이 됐다”면서 “일부의 선동에 원주민을 비롯한 조합원 모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감만1구역 등 기존 뉴스테이 사업장의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사업비 추가분 변경 계약이 가능하도록 4차례나 국토부에 건의했지만 여전히 미반영 상태다. 손인상 부산시 도시정비과장은 “뉴스테이 사업이 살아남으려면 늘어나는 추가 사업경비를 조합과 임대사업자가 함께 부담토록 하는 정부의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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