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폐쇄에… 고개 숙인 서부교회, 소송 가는 세계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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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예배를 강행한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대해 서구청이 11일 시설폐쇄 조치를 내렸다. 이날 오전 구청 관계자가 교회에 붙일 폐쇄 안내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부산 서구 서부장로교회와 강서구 세계로교회(부산일보 1월 4일 자 1면 보도)가 결국 강제 폐쇄됐다. 두 교회는 이번 결정에 따라 대면 예배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세계로교회는 폐쇄 조치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부산 서구청은 11일 오전 서부장로교회를 시설폐쇄했다. 행정처분에 나선 서구청 직원들은 이날 ‘본 시설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3항에 따라 폐쇄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교회 곳곳에 붙였다. 폐쇄 시점은 12일 0시부터이며, 기간은 구청장이 정한다. 이 기간에 교회에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다.

대면예배 강행하다 구청서 폐쇄
서부교회 “원로 신자 때문” 해명
세계로교회 “가처분” 법적 다툼
예배 자유 요구 모임 “헌법소원”

앞서 서구청은 서부장로교회를 7차례 고발했는데 대면 예배를 강행하자 지난 7일부터 10일간 운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서부장로교회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지난 10일 신도 5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말 예배를 진행했다. 결국, 서구청은 ‘시설폐쇄’라는 칼을 빼 들었다.

서구청의 결정에 서부장로교회 측은 폐쇄 조치를 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강행한 대면 예배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예배가 힘든 연로한 신자가 많아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서부장로교회 이탁원 부목사는 “전체 교인 중에서 절반 이상은 비대면 예배를 보고 있는데,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연세 많은 신도가 자발적으로 찾아와 막을 수가 없었다”면서 “그동안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예배를 진행했고, 앞으로 폐쇄 명령에 따라 예배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산 강서구청도 이날 대면 예배를 강행한 세계로교회에 시설 폐쇄 명령 공문을 전달했다. 세계로교회 역시 서부장로교회와 마찬가지로 운영중단 명령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신도 200여 명이 참석하는 새벽 기도를 강행했다. 강서구청의 이번 결정에 따라 대면 예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이하 예자연)’은 같은 날 오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당국의 교회 폐쇄에 항의했다. 예자연은 세계로교회를 포함해 전국 600여 곳의 교회가 ‘예배 자유’를 주장하며 모인 단체다. 이들은 세계로교회와 서부장로교회에 시설폐쇄 명령을 내린 강서구청과 서구청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아울러 12일 방역당국의 예배 중단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도 제기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정부가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예배 참석자를 20명 이하로 제한했다”며 “이는 비대면 예배를 위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1명도 대면 예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일단 강서구청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된 오는 17일까지 시한부로 세계로교회에 대한 시설 폐쇄를 명령한 상태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이 교회는 여러 차례 고발됐지만, 오히려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더 지켜볼 수 없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함께 폐쇄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성현·이상배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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