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판에 물가까지 치솟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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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가계 주름살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일 년이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판에 물가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은 평년에 비하면 40% 가까이 올랐다. 정부가 미국에서 달걀을 수입해 시중에 유통하면서 비축 물량도 풀고 있지만, 달걀 가격은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집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른 이후 아직도 고공행진 중이다. 그렇게 남아돈다는 쌀까지 일 년 전보다 15%가 올랐다니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래서야 외식은 고사하고 집밥도 먹기 어렵다. 월급 빼고 다 올라서 시장 가기가 무섭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로 힘든 가구 너무 많아
가계 생활 안정 위해 꼭 잡아야

사과, 배 등 주요 과일 가격도 설 성수기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후지 사과와 신고배 상품 10개들이 한 박스의 소매가격은 지난해보다 1만 원 이상 비싸다고 한다. 대파는 1단 기준으로 지난해 설보다 배나 올랐다. 이처럼 모든 식자재가 다 오르니 설 차례상 비용도 더 들 수밖에 없다. 한국물가정보는 지난해보다 16~18% 더 높게 전망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29만 1480원, 대형마트는 34만 4200원으로 추산했다. 물가 급등에는 물론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 악재가 계속되었다. 올해 초 한파와 AI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생산 전반에 크게 악영향을 끼쳐 차례상 비용이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를 이유가 있다고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세를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나 지금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크게 줄어든 가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월세 가격이 뛰면서 주거비용은 늘어나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졌다. 여기다 밥상 물가까지 치솟으면 서민들은 버틸 수가 없다. 농산물값 상승은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으로 줄줄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급등하는 밥상물가를 하루빨리 안정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오랜 코로나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길이다.

정부는 명절 수요가 많은 사과, 배 등의 공급을 평상시보다 늘렸다. 또한 주요 품목의 수급 상황과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국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어 물가 급등에는 다소 등한시한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물가는 민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치솟는 밥상물가를 잡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가계 생활 안정의 기본인 소비자물가를 잡을 대책을 더 내놓아야 한다. 설 명절 밥상머리에서 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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