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웃고 대리기사 울었다… 엇갈린 수입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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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여파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오토바이 기사들이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에서 3년째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윤 모(52) 씨는 생계가 막막해 울상이다. 요즘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식당과 술집 모두 오후 9시가 되면 문을 닫는 바람에 대리운전 콜 수가 뚝 떨어져 버렸다. 감염병 발생 전만 해도 하루에 대리운전 7건은 기본이었으나, 최근에는 콜을 받지 못해 허탕 치는 날이 부지기수다. 2건만 해도 운수 좋은 날로 여길 정도이다.


고용정보원, 플랫폼 노동자 조사
회식 감소·영업 제한, 외식 자제
대리 운전 줄고 음식 배달은 폭증
재택 늘며 가사도우미 수요도 ‘뚝’


이에 비해 음식 배달 대행 기사 이 모(30) 씨는 요즘 웃는 날이 많아졌다. 음식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아 월수입이 300만 원을 족히 넘긴다. 방역 당국 조치로 식당이 일찍 문을 닫고 회식과 외식을 자제하려는 사회 분위기에 음식 배달이 폭증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전국 배달 대행 건수는 1억 3322만 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보다 13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리운전 앱, 배달대행 앱, 가사도우미 앱 등 ‘디지털 플랫폼’ 내 종사자들을 뜻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플랫폼 노동자 6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배달 대행 기사의 월 평균 수입은 258만 원에서 같은 해 9월 269만 원으로 늘었다.

반면 대리운전기사의 수입은 같은 기준 260만 원에서 219만 원으로 줄었다. 특히 가사도우미의 월 평균 수입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142만 원에서 107만 원으로 25%가량 폭락했다. 방역 조치 강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외부 가사도우미 수요가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지금 하는 일로 버는 돈이 가구 수입의 전부”라고 대답했다.

더 심각한 건 이러한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생활양식이 감염병 중단 이후에도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준영 고용정보원 중앙일자리평가팀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음식 배달이 급성장해 배달 수요가 급증했지만, 식당 영업 제한 조치 등으로 술자리가 제한되면서 대리운전 수요가 감소했다”며 “이런 코로나19 여파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입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김 팀장은 또 “직접 대면 서비스인 가사도우미의 경우 감염병 확산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며 “비대면 생활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현상이 고착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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