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대 ‘모텔 방치 치사’ 사건 연루자 4명, 처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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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폭행해 기절시킨 뒤 모텔방에 방치해 숨지게 한 ‘부산 20대 모텔 방치 사건’(부산일보 지난해 12월 21일 자 10면 등 보도) 가해자 5명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5만 명이 동의하는 등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받는 일행 4명은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현행 형법상에 없어, 경찰이 혐의 적용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엔 ‘착한 사마리아인법’ 없어
유족은 국민청원에 ‘엄벌’ 게시글

7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모텔 방치 사망 사건 가해자 일행 A(24) 씨 등 4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과실치사는 최종 적용된 혐의는 아니며, 조사 중 혐의는 바뀔 수 있다. 경찰도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를 두고 고민이 많다. 유사 판례가 없을뿐더러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국내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불이행죄’로도 칭해지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구조하지 않거나 외면할 경우 처벌하는 법이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국가에서는 적용 중이지만 국내엔 없다. 국내 형법 일부 조항에 이 내용이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계약 등에 의한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 등에 한정한다. 따라서 일반인은 제외다.

경찰에 입건된 일행 4명은 지난해 10월 14일 밤 부산진구 서면의 한 술집 주변 도로에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은 23세 피해자를 보고도 별다른 신고 없이 그를 인근 모텔방에 옮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를 직접 폭행한 B(25) 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찰은 구호조치 의무 여부 등 여러 혐의에 대해서 법리 검토를 거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행들의 혐의를 신중하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은 일행들이 방관자가 아닌, 사건의 가해자라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 변호인 측은 “일행들은 방조를 넘어서 피해자를 모텔에 옮기는 행위에 가담했기에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라고 내다봤다.

법학자들은 선한 사마리아인법 적용이 불가능한 만큼 일행들의 행위 동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석구 형사법제연구실장은 “일행들에게 피해자 사망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지, 모텔에 옮기는 행위를 최선의 구조 행위라고 인식했는지 여부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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