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동남권 메가시티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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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경제부 건설부동산팀장

경남 김해시 대동면과 부산 북구 화명동을 잇는 대동화명대교는 개통된 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쪽도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다리는 2012년 이미 완공됐고, 다리와 부산 내륙으로 연결되는 산성터널도 2018년 개통됐지만 맞은편 초정IC(중앙고속도로·부산신항배후도로)와 안막IC(대동화명대교)를 잇는 약 1.5㎞구간이 여전히 끊겨있다. 초정~화명 간 광역도로 건설사업은 김해시의 예산문제로 착공이 계속 미뤄졌다.

불과 1.5km 구간의 미개통으로 수천억 원을 들여 완공한 대동화명대교와 산성터널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대동화명대교가 중앙고속도로 등과 연결이 안 돼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대동화명대교는 늘 한산하다. 경남 김해·창원과 부산 화명동·부산대·해운대 등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길을 극히 일부 구간의 미개통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동화명대교 미개통 구간 9년째 방치
부산~경남 경계지역 단절과 갈등만
동남권 메가시티는 ‘생존’ 시대적 요구
다양한 광역 교통망 연결로 첫걸음 떼자

부산과 경남이 단절된 구간은 또 있다. 과거 다대항배후도로라 불리던 강변대로는 사하구 신평동에서 시작해 낙동강변을 따라 북구 금곡동에서 끝이 난다. 이 대로를 양산ICD까지 연장할 계획이 수립된 적도 있지만, 부산시와 양산시의 예산 문제 등으로 유야무야 됐다. 지금도 지역 현안사업의 후순위에 밀려 언제 다시 사업이 추진될지 기약조차 없다. 부산과 경남으로 쪼개진 행정구역이 단절을 불렀다. 각 지자체 관할 지역 내 사업에만 관심을 갖고 주변부 경계의 사업에는 무심했던 결과다. 관할 구역 중심부 사업이었다면 불과 1.5km 구간 공사가 수 년간이나 미뤄지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경계지역에선 갈등도 숱하게 있었다. 부산항 신항의 명칭을 두고 부산시와 경남도는 10여 년 전 법적 소송까지 벌였고, 신항 부지와 배후부지의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도 오랫동안 지속됐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명칭과 위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갈등을 빚다 1999년 당시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행정구역 게리맨더링’이란 고육책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결국 행정구역을 조정해 부지를 반반씩 나누기로 한 것이다. 부산과 경남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심한 갈등을 보여왔다.

다행히 최근엔 이러한 갈등이 누그러져 지역 간 상생하는 모습을 점차 보인다. 제2신항 건설 관련 상생 협약이 대표적이다. 양 시·도는 2019년 부산항 제2신항 입지를 경남 진해로 결정하고 지난해 항만 명칭을 진해신항으로 확정했다. 2006년 부산항 신항 개장 때 신항 명칭을 놓고 소송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데 두 지방자치단체가 뜻을 같이했다. 지역 생존을 위한 가덕신공항 건립이란 공동전선 구축도 영향을 끼쳤을 테다. 부산과 울산, 경남이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대동화명대교 안막IC~초정IC 건립 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경남도와 김해시가 전향적으로 나서 올해 착공을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다.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동남권 지자체는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연구원은 공동으로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수립 중이다. 최근 제2차 중간보고회에서 나온 핵심 내용은 광역 대중교통망 확충이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권을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로 묶어가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1시간 내 일일생활권을 가능케 하는 교통망 연결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많은 사업들이 제시됐다. 부전~마산 광역철도 조기 도입을 비롯해 양산선(부산 노포∼경남 양산), 동해남부선(부산 일광∼울산 태화강), 하단∼녹산선 진해 연장, 남부내륙고속철도, 남해안 고속철도(목포-진주-창원-부산), 진주·사천 항공산업철도(진주-사천-삼천포), 함양-울산고속도로의 조기 개통 등이 제시됐다. 거꾸로 보면 동남권엔 이렇게 연결해야 할 길이 아직 숱하게 남아 있다.

부산과 경남, 울산이 분리돼 도시 중심의 발전을 이뤘던 적도 있지만, 이제 한계는 명확해졌다. 수도권 일극체체에서 찢어진 지방은 사람도, 기업도 떠나면서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63년 부산이 직할시로 분리되고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수십 년 단절된 세 지역이 ‘메가시티’를 기치로 내건다고, 단번에 통합으로 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동남권의 상생 발전과 나아가 통합은 생존과 직결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숱한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겠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가야 할 길이다. 일단 단절된 길을 뚫는 가장 쉬운 길부터 먼저 가보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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