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전 장관 실형… 文 정부 도덕성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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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현직 장관 중 실형이 선고되기는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함께 기소된 전 청와대 비서관 역시 실형이 선고돼 청와대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혐의를 부인하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르게 진술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근혜 정부 임명 공공기관 임원
사표 종용 등 업무방해 혐의
징역 2년 6개월 선고 ‘법정구속’
현 정부 국무위원 중 첫 실형
신미숙 전 비서관도 집유 3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해당 공공기관에 청와대가 점찍은 인물이 임명되도록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해 이 중 13명이 사표를 냈다.

법원은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해 13명이 사표를 낸 사실이 인정된다”며 “신분 또는 임기가 보장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해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환경부 최고 책임자로서 마땅히 법령 준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사표제출자가 13명, 인사추천위원이 80명, 선량한 지원자가 13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도 인정하며 김 전 장관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 전 장관 등이 내정자를 임명하기 위해 면접 심사 단계에서 최종 심사 명단에 들도록 함으로써 환경부 공무원은 물론 산하기관 인사추천위원회의 심사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재판 과정 내내 “전 정권에서도 이 같은 관행이 존재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관행은 타파돼야 할 불법 관행이지,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나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할 수 없다”고 단죄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8년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여야는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의 선택적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향후 항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 민간인 사찰이 없다더니, 내로남불 유전자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칙적으로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확인한 후에 필요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수·전창훈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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