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논의 헛수고… 길 잃은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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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도서관의 개발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0년간 매우 힘든 논의를 거쳐 온 ‘부산 부전도서관 개발 계획’이 최근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의 공공 개발 협약이 중단된 데다 민간사업자가 구청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고 있어 개발은커녕 문제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2018년 마련된 ‘부전도서관 공공 개발 협약’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최근 중단됐다. 이 협약은 기존 부전도서관 민간투자방식(BTO) 개발 사업을 철회하고,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이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공공 개발을 통해 부전도서관을 서면의 대표적인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부산시는 행정과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협약은 3년 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체결했다. 1963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부전도서관은 현재 건물이 너무 낡은 상태여서 새로운 방향의 문화 자산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부산시·부산진구 3년 전 협약
오거돈·변성완 사퇴로 유야무야
구청, 민간사업자에 소송 당해
시·구청 불통 사태 발생에 한몫
새 시장 취임 후 원점서 재논의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데 이어 서 구청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던 변성완 전 권한대행마저 시장 출마로 자리를 비우면서 협약은 유명무실해졌다. 지난 10년 동안 행정력과 시간을 투입했지만, 결국 새 시장이 취임한 후 원점부터 논의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구청과 애초 이 사업을 진행하던 민간업자 간의 소송전도 부전도서관 재탄생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부산진구청은 2011년 BTO 사업을 결정하고 도서관을 허문 뒤 쇼핑몰을 신축기로 했다. 쇼핑몰 안에 도서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민간사업자가 선정됐으며, 2014년 쇼핑몰 일부를 분양했다. 그러나 부산진구청은 공공 개발 협약 이후인 2019년에 민간사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사업자는 지난해 5월 구청을 대상으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일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강석진 부산진구청 도시재생사업 계장은 “민간사업자 측 손해배상 전체 금액이 산정되지 않아 일부 청구 소송만 제기된 상태”며 “아직 판결이 난 것은 아니며, 구청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태 발생에는 부산시와 부산진구청 간의 부족한 소통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은 애초 부산시와 사전 합의 속에 2011년 쇼핑몰을 신축하고 내부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부산시의회의 이견으로 방향이 바뀌고 말았다. 2014년 시의회가 ‘옥상층에 부전도서관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라는 조건부 보존 의견을 내면서 부산시의 입장이 도서관 건물 보존으로 변경된 것이다. 구청 측은 이에 ‘기존 계획과 다르다’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등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다. 이 같은 다툼을 봉합하고 방향성을 잡기 위해 마련한 게 공공 개발 협약인데, 결국 한발도 내딛지 못한 셈이다. 이진경 부산시 도서관지원팀장은 “새 부산시장이 취임하면 부전도서관 개발에 대해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학계는 소모적인 탁상공론을 접고 부전도서관을 도심 명소이자 문화 자산으로 실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용재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10년간 논의에도 아직까지 방향성이 잡히지 않은 것은 시청과 구청이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며 “곧 지은 지 60년이 되는 노후한 부전도서관 건물을 문화적 자산 기능이 강화된 문화 자산으로 리모델링하려면 하루빨리 행정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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