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진값은 이미 70년 전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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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사진작가 현효제(라미) 씨가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을 돌며 찍은 참전용사의 사진. 그는 “이미 사진값은 70년 전에 그들이 지불했다”며 무료로 사진을 찍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사진작가 라미 제공

“당신은 이미 70년 전에 사진값을 지불하셨습니다.”

‘라미’로 알려진 사진작가 현효제(사진) 씨는 전 세계 6·25 전쟁 참전용사의 사진을 찍어 선물할 때마다 이 말을 한다. 젊음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준 데 대한 감사의 뜻에서다. 그동안 그가 촬영한 참전용사는 1400명이 넘는다. 유엔기념공원 조성 70주년을 맞아 부산 남구청과 현 작가가 부산에서 전시회를 추진한다.

세계 돌며 1400여 명 촬영
참전용사 사진작가 ‘라미’
유엔기념공원 70주년 기념
남구청과 부산 전시회 준비

부산 남구청은 현 작가와 함께 ‘유엔기념공원 조성 70주년’ 행사를 준비 중이다. 현 작가는 지난달 27일 부산을 찾았다. 남구청 관계자는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된 남구는 올해 유엔기념공원 조성 7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이라며 “최근 TV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크게 알려진 현 작가의 작품에 크게 감명받아 초대했다”고 말했다.

현 작가는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뒤 더 유명해졌다. 그는 2017년부터 6·25 전쟁에 참전한 나라를 방문해 참전용사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사진은 액자에 넣어 참전용사들에게 선물한다. 그는 정전 7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유엔 참전국을 방문해 참전용사들의 사진과 영상을 기록할 계획이다.

현 작가는 2016년 군복전시회에서 우연히 한 외국 참전용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돼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전시회에서 한 참전용사가 자기소개를 하는데 눈빛에서 광채가 나면서 자긍심이 엄청나더라”며 “남의 나라에 와서 싸웠는데 왜 저렇게 자긍심이 생겼을까 궁금했다”고 밝혔다.

현 작가는 지난달 박재범 구청장 등 남구청 관계자들과 유엔평화기념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을 둘러봤다. 사진전 개최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의논 중이다. 박 청장은 “현 작가가 해 온 일은 사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평화도시 브랜드를 가진 우리 남구가 현 작가와 70주년 행사를 협업하는 것이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현 작가도 "아직 협업 방안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여러 차례 남구를 찾아 어떤 방향이 좋을지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은 올해로 조성 70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이듬해인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했다. 같은 해 4월 묘지가 완공돼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돼 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가 안장됐다. 현재 11개국 2309명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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