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상상도 못 했다… 영광이고 상 탄 거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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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스크린 데뷔 50년 만에 그가 아카데미상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배우가 아카데미상 연기상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것은 윤여정이 최초다. ‘미나리’는 작품상(크리스티나 오 프로듀서), 감독상(리 아이작 정 감독),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리 아이작 정),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도전
올리비아 콜먼 등 4명과 경쟁
한국배우 첫 오스카 연기상 후보
1971년 ‘화녀’로 스크린 데뷔
국내외 각종 영화상 수상 경력
2010년 ‘칸’ 레드카펫 밟기도

■한국배우 최초 지명 “생각도 못 해”

지난 15일 오후 9시 20분께(한국 시간)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제93회 아카데미상의 21개 부문 후보를 발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부 배우 프리양카 초프라(조나스)·닉 조나스가 사회자로 나와 영국 런던에서 후보작을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첫 번째 발표 순서였던 여우조연상 후보 중 마지막으로 배우 윤여정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만 7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여정 배우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연기상 부문 후보로 지명되는 순간이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리비아 콜먼은 2019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글렌 클로즈는 지금까지 총 7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8번째인 올해는 윤여정과 트로피 경쟁을 벌인다.

윤여정은 15일 한국 공항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고 AP 통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해 부산에서도 촬영한 드라마 ‘파친코’(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하고 귀국한 길이었다.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게 ‘미나리’ 대본을 전달해주고 아이작(감독)을 소개해 준 친구 이인아 PD가 먼저 인터넷에서 소식을 보고 지명 소식을 알려줬다”면서 “인아는 울었지만 나는 안 울고 그저 멍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윤여정 배우는 이어 “격리 중이라 다른 사람은 만날 수 없고 인아와 둘이서 축하해야 하는데 인아는 술을 못 마셔서 나 혼자 술을 마셔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나리’ 한국 배급사 판씨네마를 통해 전한 소감에서 그는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화녀’ 데뷔 후 50년 연기 인생

윤여정은 1966년 TBC TV 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면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스크린 데뷔는 1971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였다. 당시 광기 어린 하녀 ‘명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그해 부일영화상 우수신인상, 대종상 신인여우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단숨에 충무로 샛별로 떠올랐다. 그는 이듬해 김기영 감독의 ‘충녀’(1972)에도 출연했다.

윤여정은 1970년대 중반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났지만, 이혼 후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전보다 더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했다. 그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에선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 난 시어머니를 연기하고,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10)에선 영화감독 어머니로 변신하는 등 연기 인생의 새 전기를 열었다. 김기영 감독의 동명 영화를 재해석한 임 감독의 ‘하녀’(2010)에선 늙은 하녀를 연기해 당시 열린 부일영화상·춘사영화상·대종상·아시안필름어워드 등 국내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윤여정은 ‘하하하’와 ‘하녀’로 2010년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2년 뒤에는 재벌가 안주인으로 변신한 임 감독의 ‘돈의 맛’, 홍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로 칸 경쟁부문에 다시 한번 나란히 초청돼 주목받았다. 그는 2016년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외된 목숨을 거두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작품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판타지아영화제 여우주연상,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심사위원상도 수상했다.

윤여정은 2017년 한국 문화예술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윤여정은 자신만의 연기를 견고히 쌓아오며 스크린 데뷔 50년 만에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가 다음 달 25일로 예정된 시상식에서 아카데미상을 거머쥘지 기대를 모은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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