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기금 새 취수원까지 지원 확대, 먹는 물 해결 물꼬 터야
[낙동강 페놀 사태 30면] (하) 상생기금 신설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뒤 부산을 포함해 낙동강 수계의 1300만 명이 넘는 주민은 늘 ‘먹는 물’에 대해 불안해하며 살아오고 있다. 30년간 안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환경부는 취수원 다변화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또 가장 큰 걸림돌인 신규 취수원 지역의 반발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제야 맑은 물 확보를 위해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물이용부담금 19년간 8415억
부산 사업은 921억 원에 불과
재정 압박 없이 합천·창녕 지원
시 “상생기금 지출 신설해 달라”
환경단체 “취지 맞게 사용해야”
■물 갈등에서 ‘윈-윈’의 상생 모델로
부산시는 이달 초 낙동강수계기금 지출 항목에 ‘상생기금’이라는 지출 항목을 신설해 줄 것을 낙동강수계관리위에 건의했다. 이 기금은 부산 시민이 연간 수도세에 t 당 170원씩 500억 원 이상 내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다. 시의 제안은 지원 대상을 기존 상수원 보호구역 내 지역 주민에 더해 신규 취수 시설 지역까지 넓히는 게 골자이다.
현재 신규 취수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으로 경남의 합천과 창녕이 꼽힌다. 이곳에서 제공받는 수량만큼 지원 금액과 내용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부산시는 별도의 재정적 압박 없이도, 합천과 창녕에 연간 수십억 원가량의 지원을 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 밖에 신규 취수원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런 방안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면, 해당 지역 반발이 크게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경북 구미에서 취수원을 확보해야 하는 대구 등 타 광역지자체들도 수계기금을 상생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본다. 한강수계기금이 ‘협력 증진을 위한 사업’ 분야에서 지역 주민 지원이 가능토록 규정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상생기금 신설을 법리적으로나 행정적으로 큰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계기금의 형평성·효율성 높일 계기
낙동강수계기금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신규 취수원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 신설은 설득력이 있다. 형평성과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 수계기금(부산일보 2020년 9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낙동강 권역에서 걷힌 물이용부담금은 3조 5462억 원이다. 이 중 8415억 원(23.7%)은 부산 시민이 부담했다. 낙동강 수계 5개 광역지자체와 수자원공사 가운데 압도적인 1위이다. 부산은 지난해에만 509억 원의 부담금을 냈다. 반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수계기금으로 부산에서 이뤄진 사업은 921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수계기금 지출의 2.5% 수준이다. 부산 입장에서 볼 때 부담만 지면서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계기금이 신규 취수원 지역 지원 사업에 쓰이고, 맑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부산이 제기하는 형평성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 부산 시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직접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생기금 신설은 낙동강수계기금에 ‘수자원 확보와 관리’ 개념을 도입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수계기금은 ‘수질개선’에 집중돼 4조 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 사업은 낙동강 수계 일대의 토지매입과 하수도 설치 등 지자체 업무 지원에 집중됐다. 수계기금이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이 그동안 이 운영 구조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부산하천살리기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수계기금이 실질적으로 맑은 물을 만들고 공급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여전히 신음하는 낙동강”
낙동강 페놀 유출 30주년을 맞아 부산의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환경회의는 ‘낙동강은 신음한다. 아직도!’라는 성명서를 냈다. 환경단체들은 이 성명서를 통해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은 수돗물의 안전함을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환경부 퇴임 간부가 공해 기업 이사로 취직하는 현실, 4대강 사업과 녹조 현상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부산환경회의는 또 “일명 ‘녹조라테’ 원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 트리할로메탄 부산물 발생이 우려된다”며 “녹조는 그 자체가 간암의 원인 물질이기에 부산에서 가장 많은 간암 환자가 나오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끝>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