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기금 새 취수원까지 지원 확대, 먹는 물 해결 물꼬 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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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페놀 사태 30면] (하) 상생기금 신설

2019년 8월 부산 서부산낙동교에서 바라본 낙동강 본류가 녹조로 심하게 오염됐다. 부산 시민을 비롯해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은 해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일보DB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뒤 부산을 포함해 낙동강 수계의 1300만 명이 넘는 주민은 늘 ‘먹는 물’에 대해 불안해하며 살아오고 있다. 30년간 안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환경부는 취수원 다변화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또 가장 큰 걸림돌인 신규 취수원 지역의 반발을 해소할 구체적인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제야 맑은 물 확보를 위해 첫걸음을 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물이용부담금 19년간 8415억
부산 사업은 921억 원에 불과
재정 압박 없이 합천·창녕 지원
시 “상생기금 지출 신설해 달라”
환경단체 “취지 맞게 사용해야”

■물 갈등에서 ‘윈-윈’의 상생 모델로

부산시는 이달 초 낙동강수계기금 지출 항목에 ‘상생기금’이라는 지출 항목을 신설해 줄 것을 낙동강수계관리위에 건의했다. 이 기금은 부산 시민이 연간 수도세에 t 당 170원씩 500억 원 이상 내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다. 시의 제안은 지원 대상을 기존 상수원 보호구역 내 지역 주민에 더해 신규 취수 시설 지역까지 넓히는 게 골자이다.

현재 신규 취수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으로 경남의 합천과 창녕이 꼽힌다. 이곳에서 제공받는 수량만큼 지원 금액과 내용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부산시는 별도의 재정적 압박 없이도, 합천과 창녕에 연간 수십억 원가량의 지원을 할 수 있다. 부산시는 이 밖에 신규 취수원 지역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런 방안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면, 해당 지역 반발이 크게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경북 구미에서 취수원을 확보해야 하는 대구 등 타 광역지자체들도 수계기금을 상생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본다. 한강수계기금이 ‘협력 증진을 위한 사업’ 분야에서 지역 주민 지원이 가능토록 규정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상생기금 신설을 법리적으로나 행정적으로 큰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계기금의 형평성·효율성 높일 계기

낙동강수계기금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신규 취수원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 신설은 설득력이 있다. 형평성과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자주 지적되는 수계기금(부산일보 2020년 9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낙동강 권역에서 걷힌 물이용부담금은 3조 5462억 원이다. 이 중 8415억 원(23.7%)은 부산 시민이 부담했다. 낙동강 수계 5개 광역지자체와 수자원공사 가운데 압도적인 1위이다. 부산은 지난해에만 509억 원의 부담금을 냈다. 반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수계기금으로 부산에서 이뤄진 사업은 921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수계기금 지출의 2.5% 수준이다. 부산 입장에서 볼 때 부담만 지면서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계기금이 신규 취수원 지역 지원 사업에 쓰이고, 맑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면 부산이 제기하는 형평성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 부산 시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직접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생기금 신설은 낙동강수계기금에 ‘수자원 확보와 관리’ 개념을 도입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수계기금은 ‘수질개선’에 집중돼 4조 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 사업은 낙동강 수계 일대의 토지매입과 하수도 설치 등 지자체 업무 지원에 집중됐다. 수계기금이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환경단체들이 그동안 이 운영 구조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부산하천살리기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수계기금이 실질적으로 맑은 물을 만들고 공급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여전히 신음하는 낙동강”

낙동강 페놀 유출 30주년을 맞아 부산의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환경회의는 ‘낙동강은 신음한다. 아직도!’라는 성명서를 냈다. 환경단체들은 이 성명서를 통해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은 수돗물의 안전함을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환경부 퇴임 간부가 공해 기업 이사로 취직하는 현실, 4대강 사업과 녹조 현상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부산환경회의는 또 “일명 ‘녹조라테’ 원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암 물질 트리할로메탄 부산물 발생이 우려된다”며 “녹조는 그 자체가 간암의 원인 물질이기에 부산에서 가장 많은 간암 환자가 나오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끝>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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