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교사로 명퇴 후 서예 공부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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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자 정희금 씨

제41회 전국서도민전 대상을 차지한 정희금 씨. 김경현 기자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봄을 기다리는 내용의 시를 한글 서예로 옮겼습니다. 마음만큼 안되어서 늘 고민했는데 더 열심히 하라고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제41회 전국서도민전 대상 수상자 정희금 씨는 최길준 시인의 시 ‘갈대’를 쓴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정 씨는 ‘갈대는 찬란한 봄을 기다림 한다’는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찬란한 봄을 맞이했다. 그는 “지도해주신 놀빛 김명숙 선생과 잘 이끌어주신 서실 선배들, 격려해 준 회원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씨가 붓을 처음 잡은 것은 20대 중반 무렵이다. “부산대 재학 때 사진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바로 옆방이 서도부였어요. 두 동아리가 ‘벽걸이 전시회’를 같이 열면서 서예를 눈여겨봤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일을 시작한 뒤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10개월 정도 배우다가 결혼을 하면서 서예와 멀어졌다.

늘 미련이 남았던 서예와의 인연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이어졌다.

“남경 이종민 선생에게 한문 서예를 배웠습니다. 우연히 들른 필방에서 서각을 해둔 것을 봤는데 한글이 너무 예뻤어요.” 이를 계기로 놀빛 선생의 서실을 소개받는다. 15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라서 배우다 쉬기를 반복하다가 2008년 명예퇴직을 하며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에 매진했죠.”

정 씨는 부산서예비엔날레, 부산서예대전, 청남서예대상 전국휘호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정 씨는 한글 서예 중 궁체 정자나 흘림을 많이 적는다고 했다. 그는 “곧이곧대로 반듯하게 적는 것이 좋다. 융통성 없는 내 성격을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문인화 공부도 시작한 정 씨에게 얼마 전 특별한 ‘서예 동지’가 생겼다. “퇴직한 남편에게 서예를 권했는데, 성격에 맞는지 한문 서예를 하고 있어요.”

정 씨는 “젊은 사람들이 서예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한글 서예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규보불휴파별천리( 步不休跛鼈千里). 늦게 시작한 서예를 마음 급하지 않게 천천히, 붓을 친구 삼아서 살아가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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