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바보야, 문제는 알고리즘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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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에디터

유튜브에 들어가면 내 취향의 영상물이 주르륵 뜬다.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 서비스다. 포털이나 SNS, 쇼핑몰에서도 일상화된 인공지능 기술이다.

알고리즘이 위세를 떨치면서, 그 폐해가 곳곳에서 고개를 든다. 특히 최근 뉴스 추천 알고리즘의 편파성과 확증 편향 논란이 거세다. 담론을 형성하는 뉴스의 특성상 알고리즘에 기반한 뉴스 추천의 공정성 논란은 항상 도돌이표다.

포털 뉴스 편파성 사회 문제화되자
다음 뉴스, 언론사 차단 서비스 시작
네이버,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추진

수익용 알고리즘 자체가 문제 본질
고품질 온라인 저널리즘 필요한가
질문을 바꿔야 해결책 보여


카카오는 지난달 23일 모바일 다음 뉴스에서 특정 언론사 차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사 제목 옆 버튼을 눌러 해당 언론사 노출을 거부하면 앞으로 그 언론사가 포털에 배포한 모든 기사가 알고리즘 추천에서 배제된다.

읽고 싶은 언론사를 선택하는 ‘구독 모델’의 정반대인 보기 싫은 언론사를 나의 뉴스 목록에서 지워 버리는 ‘절독 모델’인 셈이다.

“인공지능 추천 기능을 보완하고, 사용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을 줄이려는 고육책일 텐데, 어쨌든 사용자들은 대체로 반긴다. 보수, 우익 논조의 매체를 차단한 인증샷 릴레이가 이어진다. 하지만, ‘거슬리는 뉴스’를 배제하고 내 생각과 같은 뉴스만 소비했을 때 초래될 확증 편향은 사회적 숙제로 남는다.

네이버는 편파성의 삼각파도에 휩싸여 있다. 알고리즘이 보수 편향이라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까지 국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2018년 전문가 검토 위원회까지 거쳤으나 알고리즘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네이버는 정치권도 포함되는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까지 추진 중이다.

새로 출범할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가 저널리즘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라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두 포털의 뉴스 추천이 심판대에 선 본질적인 까닭이 전 세계에 유례없는 뉴스 트래픽 독점 때문이어서다.

두 검색 플랫폼은 뉴스를 미끼로 사용자를 가두리 양식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이용자 데이터(user data)를 분석해 콘텐츠 소비 행태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면서 맞춤형 추천 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더 오래 붙잡아 두고 더 많은 페이지를 열게 만드는 전략을 썼다. 그 결과 저널리즘은 형해화되고 알고리즘만 득세했다. 언론사가 시간과 발품을 팔아 공들여 쓴 기사, 긴 호흡의 심층 보도,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실종되기 일쑤다. 반면, 알고리즘은 실시간 검색어, 베껴 쓰기, 가짜 뉴스를 띄워 트래픽을 얻는다.

플랫폼의 수익을 위해 탄생한 알고리즘과 공익성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태생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관계다. 따라서 포털이 ‘사용자의 선택’으로 포장한 당의정을 내놓더라도 수익형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은 양립할 수 없다. 포털이 뉴스 트래픽의 광고 노출을 고수하는 한 저품질 콘텐츠 범람을 막는 근원적 해결책은 요원하다.

어찌 보면 문제의 본질은 알고리즘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익에 복무하는 알고리즘 그 자체다. 포털의 수익 구조를 놔둔 채로는 어떠한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포털에서 유통되는 뉴스 콘텐츠와 공적 담론은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신문과 방송 같은 전통 매체)가 주된 생산자다. 이용자들은 언론사 뉴스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도 무한정의 뉴스를 소비한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기형적 구조다. 외부 플랫폼에서 뉴스가 모두 소비되니 정작 뉴스 매체는 왜소화되고 디지털 혁신에도 뒤처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유독 한국에서만 포털 뉴스의 정파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데서 해결책을 찾자면, 뉴스 트래픽 독식 구조를 깨야 한다. 뉴스 트래픽이 뉴스 생산자에게 돌려져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저널리즘 구현 책임이 언론사에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언론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은 척박하다. 외부의 거대 플랫폼에 압도된 한국 언론은 디지털 혁신에 뒤처졌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곳이 드물다. 충성 독자, 묶음 구독, 유료 서비스와 같은 전 세계 언론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디지털 전략도 엄두를 못 낸다. 알고리즘이 구가되는 시대에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포털 뉴스의 정파성이 해묵은 논란으로 반복된다. 문제는 알고리즘 그 자체인데, 변죽을 울리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도 고품질의 저널리즘이 필요한가? 저널리즘을 구할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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