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허남식 65% 최다 득표, 45% 안상영 최소 득표 당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득표율로 본 역대 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부산의 유권자 지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수 정당의 절대 우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보 정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점점 높아졌다. 왼쪽부터 2010년 3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 2018년 재선에 도전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 2018년 4수 끝에 사상 첫 민주당 계열 시장이 된 오거돈 후보의 당시 선거 유세 모습. 부산일보DB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를 시작으로 8차례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부산의 유권자 지형 변화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부산 야권의 주축인 김영삼(YS)계가 가세한 1990년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이후 부산 지방권력은 민자당과 그 후신 정당이 20년 이상 장악했다. 그동안 여야의 당명이 수차례 바뀌고, 대선 또한 여야가 두 번씩 번갈아 이겼지만 부산 권력은 현 여당 세력에게는 넘기 힘든 보수의 아성이었다.

보수정당 30년간 절대 우위 속
진보정당 득표율 야금야금 높여
오거돈 55%로 첫 지방권력 획득
이번엔 다시 격차 벌어지는 양상
표심 유동성 큰 ‘스윙 스테이트’

이는 득표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회 부산시장 선거는 YS의 측근인 민자당 문정수 후보와 ‘5공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알린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문 후보가 51.40%의 지지율을 얻어 노 후보(37.58%)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물론 당시만 해도 무모해 보였던 노 후보의 도전은 후일 ‘바보 노무현’ 바람의 밑거름이 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치러진 2회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와 무소속 김기재 후보가 1.69%포인트(P) 차의 박빙 대결을 벌였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던 김 후보는 당의 경선 결정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사실상 여당 내부 분열로 인한 여당 후보 대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의 맞대결 성격으로 치러진 것이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하일민 후보의 득표율은 11.4%에 그쳤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세 차례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 역시 보수 야당의 독무대였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보수 야당 내 경선 경쟁은 사실상 본선으로 여겨졌고, 민주당 계열은 만성적인 후보난에 시달렸다.

2002년 3회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가 63.7%를 득표해 새천년민주당 한이헌 후보(19.3%),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 (16.8%)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2004년 수뢰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안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 역시 급하게 대타로 등장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62.3%를 득표해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37.7%)를 가볍게 제쳤다. 이어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는 당내 경선을 무난히 통과한 한나라당 허 후보가 65.5%라는 시장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로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24.1%)와 민주노동당 김석준 후보(10.3%)를 압도했다.

이처럼 보수 정당의 절대 우위가 지속되는 상황이었지만, 진보 정당 후보들의 득표율도 선거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높아졌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표심의 변화는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시장 3선에 도전한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55.4%로 과반 승리를 하긴 했지만,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당 김정길 후보도 44.5%의 만만찮은 득표율로 허 후보 측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진보 정당 후보가 ‘마의 40%’ 벽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맞대결은 불과 1.3%P의 격차로 좁혀졌고, 마침내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4수’ 끝에 55.2%를 득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37.1%)를 제치면서 사상 첫 민주당 계열 시장이 됐다.

거의 30년 만에 지방권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부산은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렇게 형성된 지역 표심의 유동성은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재차 확인되고 있다. 지난 1일까지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에 1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40%를 얻지 못한다면 참패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여론조사대로 선거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를 지역주의의 회귀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