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2인자로’ vs ‘다시 광야로’… 닮은 듯 다른 정치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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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다시 광야로, 다른 한 사람은 국정 2인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이자,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대표주자인 김부겸-김영춘의 닮은 듯 다른 정치 역정이 최근 김부겸 전 의원의 국무총리 내정으로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지난해 당권 도전 실패 이후 절치부심하던 김 총리 후보자는 이번 개각으로 정국 중심 인물로 재부상한 반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김영춘 전 의원은 정치적 고비를 맞은 상황이다.

운동권·장관 발탁·수도권 탈피
지역주의 타파까지 판박이 행보
당권 도전했다 실패한 김부겸
문 정부 마지막 총리로 재부상
부산시장 선거 패배한 김영춘
정치 생명 고비 속 내년 재도전

두 사람의 정치적 부침이 늘 ‘패키지’로 거론되는 건 열혈 운동권에서 촉망받는 소장파 정치인으로, 안락한 수도권 지역구를 떠나 각고 끝에 지역주의 벽을 넘은 것까지 ‘판박이’ 행보를 밟아 왔기 때문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민정당사 점거농성을 주도한 김영춘, 서울대 재학 당시 학생운동으로 3번이나 구속된 김부겸은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나란히 국회에 입성한다. 이후 두 사람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에서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인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고향인 부산과 대구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한 두 사람은 동일하게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19대 총선에서 마침내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국회 복귀에 성공했다.

특히 김 전 의원과 김 후보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각각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동시 발탁되면서 또 한번 운명 같은 인연이 주목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영남 출신 여권 차기 주자를 키우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했고, 실제 두 사람은 이후 대권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배수진을 치고 민주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김 전 의원 역시 지난해 총선에 이어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크게 패하면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총리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힘들어하는 안타까운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는지,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지쳐 계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내도록 준비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유력한 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로서 정권의 레임덕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책임 총리로써 존재감을 재인식시킨다면 ‘차기’를 도모할 동력이 생길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시장 선거 패배 이후 “부산 시민의 곁에서 다시 부산의 미래를 농사짓겠다”며 내년 부산시장 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에게는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칼코마니’ 같은 궤적을 그려 온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끝나는 지점은 과연 어디가 될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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