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국내 정치 불안, 최악 무력 충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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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국경을 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포격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벌이면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7년 만에 되풀이 된 이 같은 대규모 무력 충돌은 양측의 정치적 위기, 이스라엘 사회의 우경화 등이 빚어낸 필연적인 비극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 우파 네타냐후 정부
중도와 연정 실패 후 우경화 길
팔레스타인과 분쟁 의도적 방관

장기 집권 아바스 팔 자치정부
패배 두려워 총선 취소 무리수
하마스 세력 강경화 부추긴 꼴

■1살 아기까지…인명 피해 속출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지 몇 시간 뒤인 이날 새벽 가자지구 전역에서 10여 분간 강도 높은 폭격을 이어갔다.

AFP통신도 16일부터 이튿날인 이날 새벽 사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서쪽의 인구가 밀집한 해안지역에 수십 차례 폭격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양측의 사망자 규모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197명(어린이 최소 58명), 이스라엘인 10명(어린이 1명 포함)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살짜리와 3살짜리 아기가 이스라엘 공격에 숨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상자는 팔레스타인 측이 1200명 이상에 이르며, 이스라엘 측은 282명이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인명 피해가 이스라엘보다 훨씬 큰 것은 양측의 군사력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스라엘군은 아이언돔으로 하마스의 로켓탄 상당수를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었다. 반면 하마스는 로켓포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방어할 능력이 부족하다. 약 200만 명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가 세계적으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인 점도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의료 시설이 부족해진 데다 식수·전력 등의 공급도 충분하지 않아 부상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의 발단은 동예루살렘

이번 충돌은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 등을 둘러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오랜 갈등이 주된 배경이 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신앙생활을 탄압하고 정착촌에서 주민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라마단 기간 내내 이스라엘과 충돌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말 이스라엘 당국이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식사 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폐쇄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최근 정착촌 갈등을 빚어 온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에서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을 쫓아내겠다고 위협하면서 대규모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라마단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7일부터 알아크사 사원에서 빚어진 시위에 이스라엘 당국이 강경 대응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300명가량이 부상을 입었고, 경찰 측에서도 1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양측의 정치적 위기도 대규모 충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중도 성향의 청백당이 코로나19 정국 타개를 명분으로 연정을 구성했지만 7개월 만에 해체됐다. 지난 3월 총선을 다시 치렀음에도 연정 구성에 실패한 리쿠드당은 극우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방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우파가 집권한 지난 10여 년간 네타냐후 총리는 편협하고 권위주의적 형태의 인종차별적 민족주의의 토양을 일궜다”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16년간 장기 집권 중인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대패할 것을 우려해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총선 취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경쟁 상대인 하마스는 예루살렘 수호자로서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규모 충돌이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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