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5·18 아픔 비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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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 안성기

“40여 년 전 부끄러운 비극이 있었어요. 그날의 아픔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걸 조용히 비춘 작품이죠.”

배우 안성기(69)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12일 개봉한 이 작품에서 대리기사 오채근을 연기한 그는 죄책감과 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켜켜이 쌓아 스크린에 펼쳐낸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안성기는 “시나리오에서 진정성을 느껴 하룻밤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죄책감·분노 등 복합적 감정 연기
무보수 주연 출연에 직접 투자도
“건강 회복, 액션 대역 없이 소화”

이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성기는 이 작품의 주연으로 나선 건 물론이고 직접 투자도 했다. 출연도 무보수로 했단다. 안성기는 “제작비가 많지 않은 영화”라며 “다 같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41년 전 그 당시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 촬영에 한창이었다”며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언론 보도를 통해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 정도만 알았다”고 회상했다. “한참 뒤에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록한 해외 자료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죠. 그날의 아픔과 고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든 짚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몫은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입원해 건강 이상설이 돌았던 안성기는 이젠 기력을 회복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학교 폭력 가해자를 단숨에 제압하는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안성기는 “평소 체력 관리를 잘해서 (연기가) 힘들진 않았다”며 “액션이 짧지만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강조 효과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괜찮게 봐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웃었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64년간 연기 외길을 걸어오며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영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다른 걸 해본 적도 없다”며 “(연기를) 그냥 운명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한국 영화인’이란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 그동안 쌓아온 우리 영화의 역량이 한꺼번에 분출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영화 자체가 제 연기 생활의 원동력이었거든요. 앞으로 저의 도전도 계속하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
배우 안성기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주연으로 나선 건 물론 투자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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