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도로에 ‘봉’ 된 부산시민… 20년간 3조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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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운영 중인 7개 민자 유료도로가 지난 20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이 3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행료와 시비 보조금 등 유료도로 이용에 따른 시민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어 민자도로 건설·운영구조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곳 통행료 수익 1조 8579억 원
시 보조금 합치면 3조 원 가까워
시민 1인당 52만 4463원 낸 꼴
운영기한 최대 29년이나 남아
불합리한 협약 구조 손질 여론

가 부산시와 민간운영사를 통해 확보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7개 민자 유료도로(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거가대교, 을숙도대교, 산성터널, 천마산터널) 운영 내역을 보면, 이들 도로는 지난해까지 통행료 수익으로만 총 1조 8579억 원을 거둬들였다. 통행료 1만 원(소형차 기준)인 거가대교(2011~2020)가 861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백양터널(2000~2020)이 4141억 원, 수정터널(2002~2020)이 246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차량·시민 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7개 유료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20년간 차량 대당 150만 3841원, 시민 인당 52만 4463원을 냈다. 동선에 따라 유료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차량·시민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실제 이용객의 요금 부담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가 해마다 운영사에 지원한 보조금도 총 6463억 원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통행료 인상 방지’ 명목(물가상승률 4% 반영)으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비 3649억 4000만 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백양터널, 수정터널, 을숙도대교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에 따라 목표 통행량에 미달한 만큼 총 2814억 원의 시 보조금을 받아갔다.

시민들만 수십 년째 높은 부담을 지고 운영사는 고수익을 얻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부산시와 운영사가 맺은 최초 실시협약에서 비롯됐다.

협약에 따르면 운영사는 고금리로 금융권 대출을 받아 건설비를 충당했다. 이후 통행료와 시 보조금으로 고금리 이자를 메꾸고 남은 수입을 챙겼다. MRG의 경우 운영사에 과도하게 유리한 독소조항으로 꼽혀 2009년 폐지됐지만 2000년대 초반 지어진 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등 3개 도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산이 많고 바다를 접해 여느 대도시보다 터널과 다리가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시는 건설 가능성이 불투명한 국비도로 대신, 민간운영사에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라도 도로를 짓는 ‘차악’을 선택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렸지만, 장기적으로는 통행료와 시 보조금 등 혈세로 운영사 배만 불리는 불합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7개 유료도로 운영기한이 최대 29년이나 남았고 민자도로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은 만큼 불합리한 협약 구조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산대 최양원 드론교통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지어질 도로에도 일부 민자 투입은 불가피할 테고, 부산시도 ‘민자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다”며 “전국에서 유료도로를 가장 많이 보유한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자도로 관련 협약 절차와 내용을 선제적으로 대수술하고, 시민 부담과 세금 부담을 동시에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손혜림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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