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개발 못 박았는데… 속 보이는 ‘우암동 부산외대’ 매각 시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대 부지. 부산시의 공영개발 계획에도, 부산외대 측은 매각공고를 내고 관련 절차를 밟는다. 3차 공고의 최저가는 1030억 원이다. 부산일보DB

부산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대 부지를 놓고,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부산시와 민간업체 매각을 시도하는 부산외대 측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부산외대는 해당 부지에 대해 두 차례 매각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부산외대는 다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데, 부지를 공영개발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해당 부지와 관련해 공영개발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단 ‘1030억’ 3차 입찰 공고
민간 업체 4~5곳 응찰 예정
LH와 협상 유리하게 하려는 포석
부산시 “다른 선택 없다” 재확인

부산외대 학교법인 성지학원은 지난달 17일 13만 2000㎡에 이르는 부산외대 우암동 부지의 최저 입찰 예정액을 1030억 원으로 산정해 교육용 재산매각 제3차 입찰공고를 냈다.

응찰자는 7일 오후 2시께 입찰참가등록서를 제출하고 입찰금액을 제시하는데, 이때 최종 응찰자가 공개된다. 4~5곳이 응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외대는 2019년 부산시에 우암동 부지를 매수해 달라며 요청했다. 부산외대가 2014년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한 후 우암동 캠퍼스가 방치되자 부산시에 도움을 구한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2019년 말 LH와 MOU를 맺고 청년주거 공간과 순환형 주택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LH가 해당 부지를 매입하면 부산시는 용도변경을 통해 우암캠퍼스 일대를 공공복합타운, 청년 창업 센터, 부산형 테라스 하우스, 사회적 주거단지 등으로 채우겠다는 그림이다. 우암캠퍼스의 67%는 자연녹지, 나머지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이 과정에서 매각 대금을 두고 LH와 학교 간에 이견이 불거졌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16일과 24일 최저 입찰 예정액을 1150억 원으로 산정해, 1차 매각 공고와 재공고를 냈으나 모두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부산외대는 이후 최저 입찰 예정금액을 1035억 원으로 낮추어 올 1월 2차 매각 공고를 올렸지만 그마저도 유찰됐다.

그러자 부산외대는 수의계약을 멈춘 채 지난달 17일부터 1030억 원을 최저가로 제3차 입찰공고를 냈다. 공영개발을 위해 MOU를 맺은 주체는 학교가 아닌 부산시와 LH 측이라는 게 부산외대의 주장이다. 이는 곧 이번 매각 공고가 ‘정상적인 절차’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외대의 거듭되는 매각 시도가 부산시와의 부지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부산시는 부산외대의 행보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공영개발이 아닌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산시는 지난 1일 해당 부지의 입지 특성과 그간 추진과정, 도시기본계획 등을 고려해 개발 방향을 공영 개발사업 추진으로 명확히 밝히고, LH와 성지학원 간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부산시 김이훈 도시계획팀장은 “학교 측이 먼저 부산시에 도움을 요청한 사안이다”며 “해당 부지는 공영개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