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학(工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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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동아대학교 창업지원단장 기계공학과 교수

요즘 언론 또는 방송에서 ‘정치공학적’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이라는 학문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을뿐더러 원래의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국회의원 정족수나 과반수 등 숫자적이고 수단적인 개념만 의미하는 것 같아 공학자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공학이란 공업 분야의 응용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 또는 과학적·경제학적·사회적 원리와 실용적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 도구 등을 만드는 것에 관한 학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원래 공학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라틴어 ‘ingeniare’와 ‘ingenium’에서 유래한 것으로 ‘창조하다’, ‘고안하다’, ‘만들다’, ‘(어려운 가운데도) 성사시키다’, ‘영리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공학자들이 ‘영리함’을 바탕으로 ‘고안’하고, ‘만들고’, 어렵게 ‘성사’시킨 사례는 수없이 많으나, 필자는 그 중 세 명의 항공 공학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플라잉맨(Flying man)’으로 불리는 독일 공학자 오토 릴리엔탈은 황새의 움직임과 비행에서 항공공학의 기초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행글라이더’를 고안했다. 1891년 이후 그는 고안한 행글라이더를 타고 2000회 이상 비행했다.

미국의 항공 개척자로 불리는 라이트형제는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을 고안해 조종에 의한 비행에 성공했으며, 개발한 항공기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사업화를 통해 1909년 라이트사를 창업했다. 라이트 형제는 개발자, 비행가, 사업가로서 인류에게 비행을 가르치고 항공의 시대를 연 공학자로 기억되고 있다.

세 번째는 자동차로 유명한 롤스로이스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찰스 롤스다. 영국 이튼 칼리지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한 롤스는 어릴 때부터 엔진 개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1885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1889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를 통해 전기·통신·자동차·무기 분야 기술에 눈을 떴으며, 19세 때는 영국 자동차 클럽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04년 영국 맨체스터 미드랜드 호텔에서 헨리 로이스와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롤스로이스 사를 설립했으며, 이후 170회가 넘는 열기구 비행, 200회의 공중 비행을 수행했다.

사례로 든 세 명의 공학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공통점은 창의적 고안과 연구개발의 연계인데, 연구하고 궁리해 새로운 안을 생각해냈고 이전 기술의 토대 위에 새로운 제품을 제작했다.

오토 릴리엔탈은 날아가는 새로부터 행글라이더를 고안했고 항공학의 기초를 다졌다. 오토 릴리엔탈의 항공학 기초는 라이트 형제의 연구에 큰 영감을 줬고, 그들은 새로운 동력 추진 비행체를 설계, 제작했다. 찰스 롤스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 기술과 항공기에 매료됐고, 라이트 형제가 제작한 6대의 항공기 중 1대를 구매해 직접 비행했으며, 향후 기술과 비행체를 공유하게 된다.

두 번째 공통점은 도전 정신과 희생이다. 오토 릴리엔탈은 위험을 무릅쓴 직접 비행으로 제작한 행글라이더의 시험 및 평가를 진행했으며, 결국 안타깝게도 1896년 시험비행 도중 추락으로 사망했다. 라이트 형제는 연속되는 비행체의 추락과 충돌에도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수행했으며, 찰스 롤스는 1910년 라이트 형제의 항공기로 직접 비행 도중 꼬리 날개의 파손으로 추락 사망했다.

공학의 사전적 의미와 선배 공학자의 사례를 통해 공학정신에는 창의성, 도전, 희생, 고안, 협업, 성사 등 의미가 포함돼야 한다고 감히 적어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제는 ‘공학적’이라는 형용사가 더 이상 숫자놀음의 부정적 의미가 아닌 인류공영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하고 희생하는 긍정적, 생산적, 건설적인 의미로 인식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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