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감기’ 나았다고 방심하다간 ‘중이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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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염은 영유아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열린이비인후과 이한국 원장이 어린이 환자에게 삼출성 중이염을 진단하는 ‘임피던스 청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열린이비인후과 제공

중이염은 상기도 감염과 함께 영유아에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27만 4890명이 중이염으로 진료받았으며, 이 중 0-9세 영유아 중이염이 55.9%(127만 1583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0대 8%(18만 1836명), 50대 7.4%(16만 8005명) 순이었다.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는데, 중이는 고막에서 내이 사이 공간을 말한다. 중이염은 귀 안쪽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 이르는 공간(중이강)에 세균성 혹은 바이러스성 감염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생시기와 염증성 물질의 종류에 따라 급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 만성 중이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영유아는 거의 대부분 급성과 삼출성 중이염으로 치료받는다.


급성 중이염 주 증상은 귀 통증
어지럼증·두통·구토도 동반
증상 심하면 항생제 치료
3개월 지나도 안 낫고 난청 땐
환기관 삽입술 등 수술도 가능


■감기, 알레르기 질환이 주요 원인

급성 중이염은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의 기능장애와 세균성 감염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특히, 영유아는 어른보다 면역력이 약하고,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짧고 직선으로 돼 있어 감기에 걸리면 감염균이 쉽게 중이로 침투해 중이염을 일으킨다. 봄철엔 꽃가루 알레르기, 황사, 미세먼지도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귀의 통증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감기가 나을 무렵 통증과 함께 귀에서 끈적끈적한 물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먹먹함, 난청, 이명,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엔 발열, 두통, 구역, 구토 같은 전신증상이 동반된다.

열린이비인후과 이한국 원장은 “주의할 점은 영유아는 성인처럼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잘 듣지 못하게 되면 대화 능력이 떨어지고, 집중력 감소와 언어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 내시경 검사에서 고막이 빨갛게 변해 있고, 팽창되면서 고막 안쪽으로 삼출액(호박색 물)이 관찰되면 급성 중이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은 대증요법만으로 특별한 후유증 없이 잘 치유되는 편이나, 생후 24개월 미만이거나 증상이 심하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항생제는 통상 5~10일 정도 투여하며, 통증과 발열이 있는 경우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부루펜 같은 해열진통제를 처방한다.



■고막 내 삼출액 고이면 삼출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의 천공이나 급성 염증의 증상 없이 중이강에 삼출액이 고이는 질환이다. 급성 중이염을 않고 난 후 급성 염증이 사라진 상태에서 이관기능 장애로 인해 고막 안에 삼출액이 남아서 생긴다. 청력 감소 외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TV 볼륨을 높이고, 큰 소리로 말하거나 뒤에서 불러도 대답이 없다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한국 원장은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귀내시경이나 현미경으로 고막을 관찰하면 안쪽으로 호박색의 물이 차 있거나 물과 공기가 섞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임피던스 청력검사를 하면 고막 안쪽으로 물이 고여 있어 고막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질환의 정도에 따라 항생제나 항생제-스테로이드 병용치료를 시행하지만, 보통 3개월 내에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엔 무조건 항생제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병의 경과를 보며 약물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3개월 지나도 낫지 않으면 수술

3개월이 지나도 중이염이 낫지 않고, 난청으로 인해 학습장애·언어장애가 생길 경우 ‘환기관 삽입술’이나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시행한다.

환기관 삽입술은 소아 환자에게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고막 내부 공간으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가 뚫린 짧은 플라스틱 관을 고막에 삽입하는 수술법으로, 수술 자체는 간단하지만 유소아에겐 수면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수술 뒤엔 샤워나 물놀이를 하다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삽입된 환기관은 보통 6개월~1년 사이 자연적으로 빠져나오는데, 환기관 자연이탈 후에도 삼출성 중이염이 자주 재발한다면 환기관 삽입술과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아데노이드는 코 뒤쪽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임파조직이다. 아데노이드가 커져 있으면 영유아 중이염이 자주 재발해 절제할 필요가 있다.

삼출성 중이염이 치료되지 않아 고막에 구멍이 나게 되는 만성 중이염은 영유아에겐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간혹 만성으로 진행되더라도 9세 이후에 고막성형술을 시행한다.

이한국 원장은 “영유아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사람이 많은 곳은 가급적 피하며 평소 손을 자주 씻고 코감기와 목감기에 대한 치료·예방이 필요하다”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면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같은 원인 물질을 피하고 항히스타민 등 적절한 약물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급성 중이염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백신과 인플루엔자백신 접종도 권한다”고 조언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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