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이준석, 한국 정치 지형 갈아엎는 '메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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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정치부 차장

36세로 보수의 새 얼굴이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백팩에 자전거를 탄 출근 모습은 패기 넘치는 유럽의 30대 총리와 오버랩 되며 우리 정치의 세대교체를 실감케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30세대의 국민의힘 입당 ‘인증 릴레이’가 놀이처럼 퍼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2030세대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졸지에 586그룹 중심의 ‘꼰대정당’이 됐다. 청년 세대의 외면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없는 당’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돌이켜보면 두 당의 흥망성쇠에는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김세연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생명력을 잃은 좀비 정당,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자조 섞인 반성으로 당에 종언을 고했다. 총선에 참패한 보수야당에는 “문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야당 복은 타고 났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보수야당은 특히 2030세대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들은 조국 사태와 문 정권의 경제 실정에 실망하면서도 “민주당이 밉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통당은 아니다”는 정서가 강했다. 보수야당은 말 그대로 역사의 무덤 속으로 떠밀려 들어가는 듯 했다.

그런 국민의힘은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일어났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집권세력의 불공정과 부동산 무능이 민심의 철퇴를 맞은 선거였지만, 국민의힘 역시 당내 진통 속에서도 뼈를 깎는 쇄신과 반성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돌려놨다. 당내에 뚜렷한 대권주자 하나 변변히 없다는 위기감과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내주면 끝이라는 절박감이 변화로 내몰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상당 수준 누그러뜨렸다. 이에 더해 야권은 “우리가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여기에 이준석은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취업, 주거난에 분노한 2030세대를 다독이며 “공정과 경쟁이 보수의 핵심 가치”라며 기성 정치판에 돌직구를 날렸다. 이는 청년들 사이에서 “그래도 국민의힘은 아니다”라는 정서가 “그나마 국민의힘이 낫다”로 돌아서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결국 이준석 당 대표 체제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보수층의 열망에 더해 문 정부의 불공정과 위선에 대한 2030세대의 분노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탄생한 셈이다.

이준석은 쇄신과 변화를 외면하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한 한국정치판에 풀어놓은 날쌘 메기를 연상케 한다.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이나 토론 배틀과 같은 그 만의 정책들도 고여서 썩어가는 한국의 정치 지형을 한바탕 갈아 엎을 기세다.

반면 민주당은 초선 의원들의 쇄신 목소리가 당내 주류인 ‘친문’에 가로 막힌 채 여전히 ‘조국의 강’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이번 보궐선거와 이준석 대표 등장으로 ‘2030=진보, 5060=보수’라는 공식이 깨졌듯, ‘낡은 진보, 유연한 보수’라는 새로운 공식이 고착화될지도 모르겠다. wid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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