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스타트업 밸리’ 조성해 창업 기업 성장 모멘텀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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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산지역협의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산지역협의회 제2대 회장인 김태진 플라시스템 대표가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에서 스타트업 하는 기업가들이 모여 있는 포럼이 여럿 있다. 그 중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부산지역협의회는 신생기업들보다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 모여있는 그룹이다. 최근 경남 김해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아예 옮겨온,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주)소셜빈과 (주)센디, (주)플라시스템, (주)모두싸인, (주)브이드림 등이 주요 회원사로 있고 부산 130개 기업이 정회원 또는 준회원으로 있다. 전국적으로는 (주)컬리(마켓컬리), (주)직방, (주)비바리퍼블리카(TOSS), (주)우아한형제들, (주)당근마켓, (주)쏘카, (주)왓차 등 1500개 기업이 코스포 회원사다. 최근 2대 부산협의회장이 돼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는 김태진 플라시스템 대표를 만나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소셜빈 등 부산 130개 회원사
지역 사랑과 선후배 유대 바탕
비즈니스 성장 선순환 효과 기대
인재 수급과 ‘지역 디스카운트’
수도권 투자자 유치에 방해 요소
부울경 행정통합 추진 발맞춰
울산·경남으로 네트워크 확장

■선후배 뭉치는 힘이 부산의 강점

“지난달 부산 기업인들과 스타트업의 만남인 비즈Biz 포럼 ‘동행’ 행사에 다녀온 뒤 부산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도권을 이길 수 있는 부산만의 강점은 부산에 대한 애착을 가진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부산 사람들 의리 있잖아요. 실리콘밸리에 학연이 있다면 부산엔 지연이 있는 거죠. 서울, 경기 지역에는 없는 동력이거든요. 부산 향토기업들이 창업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구매도 하면서 선후배가 밀고 당겨준다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부산일보와 비즈Biz포럼, 부산시가 주최한 ‘동행’ 포럼이 자주 열리기를 바라며, 다음 행사에서는 스타트업들을 짧게라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제안했다. 부산시나 공공기관에서 해주는 보조나 정부지원금은 잠시 링거를 맞아 살아나는 것 정도라면, 비즈니스 관계로 부산 기업들끼리 엮이면 선순환이 돼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는 2018년 제주도에서 열린 코스포 워크숍에서 만난 스타트업과 매칭이 이뤄져 월 2억 원의 매출이 그 기업을 통해 발생되고 있고, 그 기업도 ‘화환’ 관련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매출이 늘어 서로 ‘윈윈’이 됐다고 했다.

선배 기업가들이 모여 창업 펀드를 만들고 운영사를 붙여 부산 기업들에 투자하는 방법, 부산에서 창업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청년 기업가들을 위한 특별분양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김 회장이 제안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까지 부산지구 청년회의소(JC) 회장으로도 활동하기도 해 교류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



■‘지역 디스카운트’에 스타트업 고민

“지역 디스카운트란 것이 있어요. 예컨대 부산지역 기업의 가치가 150억 원 정도라고 평가된다면 서울에서 평가할 때 이보다 30~50% 정도를 감액한다는 거죠.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유치 설명회를 할 때 흔히 나오는 키워드에요.”

스타트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뒤 부산을 떠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유로 우수한 인재 수급의 문제와 함께 지역 디스카운트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부산 스타트업들은 항상 투자자와의 관계, 투자자의 평가에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투자는 연애와도 같다”고 했다.

“투자자와 기업가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산시는 사실 선만 주선하는 형태인데 그렇게 되면 매칭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주려면 좋은 환경에서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투자자가 기업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부산 스타트업과 수도권 투자자와의 연결은 필수적이기에, 김 회장은 특히 부산역과 가까운 ‘북항 스타트업 밸리’가 꼭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부산에서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부산 스타트업들이 질 높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부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스타트업들이 부산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례로 소셜빈의 경우 지난 한 해에만 80명가량의 직원을 채용했고 소셜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만 1300명에 이른다. “신규 채용의 70%가 스타트업에서 이뤄지는 미국 시애틀과 같은 사례가 부산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거죠.”



■스타트업들도 부울경 힘 합쳐야

코스포의 부산지역협의회가 꾸려진 건 2019년 2월이다. 부산도 회원사가 100개가 넘어가고 소셜빈과 플라시스템, 센디가 코스포 운영위원으로까지 활동할 정도가 되면서 비수도권의 기업들도 뭉쳐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부산에서 먼저 요청해 만들어졌다. 지역협의회가 있는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올해부터는 부산뿐 아니라 울산, 경남으로도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부울경 행정통합도 필요하지만 부울경 스타트업들도 힘을 합치면 수도권 못지 않은 인프라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내년까지 부울경협의회로 확대하고 부울경 스타트업간의 네트워킹 콘퍼런스를 연 1회 이상 개최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BNK경남은행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최홍영 은행장이 부울경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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