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동물이 불행한 동물원, 교육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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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에서 본 사자는 드넓은 초원을 거닐었습니다. 코끼리와 사슴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돌고래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쳤습니다. 여러분이 본 동물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지난달 31일 취재진이 찾은 경남의 A 동물원. 북극여우는 더위에 지친 듯 미동도 없고, 10평 남짓한 좁은 전시장을 백호 두 마리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흑표범은 활동량이 성에 차지 않는 듯, 자꾸만 전시장을 맴돌았습니다. 홀로 전시 중이던 수사자는 기침에 가까운 포효를 하더니 시멘트 바닥에 철퍼덕 누웠습니다.

여전히 ‘콘크리트 감옥’ 형태
동물 습성 고려하지 않은 환경
야생동물 체험 카페도 논란

수족관은 어떤가요? 수족관의 고래들은 좁은 수조에 갇힌 것도 모자라 체험에도 동원됩니다. 성인 남성이 서핑보드처럼 돌고래를 타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요즘엔 야생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도 등장했습니다. 라쿤이나 미어캣, 왈라비, 사막여우와 같은 야생동물을 카페에 가져다 놓고 손님들이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곳입니다.

물론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책이나 TV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눈앞에서 볼 수 있어 ‘교육’의 기능도 하고, 멸종위기종의 개체보존 역할도 합니다. 수족관 역시 전시의 역할을 넘어 해양 생물의 구조와 치료, 종 보존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서식환경과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보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외국의 몇몇 동물원은 실제 서식 환경과 비슷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원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아직도 1세대 ‘콘크리트 감옥’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수족관에서 총 20마리의 고래가 죽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결코 교육적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심인섭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원은 동물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교육적이지도 않다”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도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과 고통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와 지난해 연말,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에서야 ‘제1차 동물원·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누구나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던 동물원·수족관을 허가제로 바꾸고, 전문검사관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먹이주기, 만지기와 같은 체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새로 짓는 수족관에 고래류 사육과 전시를 전면 금지하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야생동물카페와 같은 미등록 동물원에서 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동물원법 제정과 개정에 참여해온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계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모든 관계 기관이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들의 안부도 전합니다. 우주와 부루가 불법번식농장에서 구조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잔병치레가 잦은 부루는 며칠 전에도 몸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습니다. 집사들과 독자들의 응원 덕분인지 빠르게 몸 상태를 회복 중입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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