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빈과일보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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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백설 공주, 빌헬름 텔, 아이작 뉴턴, 폴 세잔, 스티브 잡스…. 이 정도만 해도 대부분 알아차릴 터이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이들의 이야기에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역사 발전의 결정적인 고비마다 선택되었고, 때로는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은 사과로 비롯했고, 빌헬름 텔의 사과에는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와 열망이 있었다. 뉴턴의 사과는 진리를 향한 과학의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과를 그린 폴 세잔의 정물화에선 그의 실험정신과 예술혼을 읽는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통해서는 혁신의 상징이자 세상을 바꾼 사과를 본다.

사과는 역사 속에서도 결은 같으면서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를 띠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담과 이브의 사과처럼 호기심, 죄, 타락,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징성을 지니는가 하면 각성, 지식, 지혜, 풍요와 생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사과는 태초에서 시작해 인간의 이성이 되고 자유가 되었다가, 때로는 저항으로 법칙으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가 폐간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홍콩 주권 반환일인 7월 1일 이전에 폐간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홍콩 경찰은 사옥을 압수 수색하고,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편집국장 등 고위 관계자 5명을 체포했으며 신문사 자산도 동결했다고 한다.

1995년 창간한 는 중국에 반환된 홍콩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성향으로 주목받아 왔다. 사주는 ‘지미 라이’이다. 빈과는 ‘사과 열매’를 의미한다. 의 로고는 베어 문 사과이며 영문 이름은 이다. 마치 IT업체 ‘애플’과 비슷하다.

는 2003년 반중 행진을 지지하는 기사를 게재, 홍콩 시민 50여만 명을 길거리로 나오게 했으며, 2년 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사주 라이는 빨간 사과를 베어 먹는 광고를 게재해 중국의 탄압에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를 두고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는 ‘홍콩은 오랫동안 독 사과로 고통받아 왔다’면서 ‘독 사과는 반중 세력의 선전 도구이자 위험한 정치조직’이라고 공격했다.

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독 사과였는지 모르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저항의 표출이었고, 횃불이었다. 중국 당국의 움직임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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