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없는 PK 정치권, ‘대선캠프’ 뿔뿔이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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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자 여야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결속력 약하기로 소문난 여야 PK 정치권은 자신의 정치성향이나 친분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 진영으로 속속 편입되고 있다. 내년 3월 대선 이후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을 260여 일 앞둔 22일 현재 박용진 의원과 양승조 충남지사,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정세균 전 총리 등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 5명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3일 출마선언한다. 민주당 ‘투톱’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도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출마선언을 예고한 상태다. PK 출신 중에선 하태경(국민의힘) 의원이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했고, 김두관(민주당) 의원은 다음 달 1일 출마선언한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와 김태호(국민의힘) 의원은 미정이다.

의원 성향이나 친분 따라 흩어져
제각각 유력 대선캠프 속속 편입
과거 친박-친이, 친문-비문처럼
계파갈등 소용돌이 휩싸일 가능성
“경선 끝날 때까지 중립 지켜야”

이에 따라 여야 PK 정치권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최인호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 중이다. ‘부산의 사위’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은 박재호·전재수·김정호 의원과 가깝다. ‘민주당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 진영에는 현역 의원은 없지만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양문석 경남 통영고성지역위원장 등 PK 원외 인사들이 대거 가담해 있다.

보수 성향 대권주자 캠프에도 PK 출신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는 부산 동아고 출신의 ‘예산통’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전격 합류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부산 출신인 안 전 대법관은 2003년 대검 중수부장 당시 윤 전 총장을 16대 대선자금 수사팀에 합류시킬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박형준 부산시장 만들기’의 핵심 인물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최재형 킹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동향(경남 진해)인 정 전 의장은 일찌감치 “최 원장이 최고의 차기 대통령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그의 출마를 수차례 독려해 왔다. 최 원장 측에서도 “정치권 인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연락하는 사람은 정 전 의장이다”고 말할 만큼 두 사람 사이에 ‘핫라인’이 구축된 상태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출신인 박성민 의원은 윤 전 총장, 원희룡 제주지사와 모두 가깝다. 배정고 출신인 김진권 변호사는 원 지사의 외곽 조직 ‘원코리아 혁신포럼’ 실무간사를 맡고 있다.

이번 주 국민의힘 복당 가능성이 높은 홍준표 의원 쪽에는 윤한홍(재선) 의원이 있다. 홍 의원은 경남도지사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윤 의원을 각각 경남도 부지사와 한국당 조직부총장 등으로 중용했다. 조해진(3선)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 친하다.

PK 출신 대권주자인 안철수 대표와 김두관 김태호 하태경 의원 진영에는 부울경 출신 현역 의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여야 PK 정치권의 각자도생에 우려의 시각이 많다. 과거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 대립과 현 정권의 친문(친문재인)-비문 대결처럼 PK 정치권이 계파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모 인사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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