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제조산업과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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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학수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독일이 강한 나라라는 생각을 오래전에 했다. 1982년 독일 유학 시절이다. 어느 날 토요일 아침 약간 늦게 일어나도 되겠지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집 바깥에서 빈 병들이 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무슨 소린가 하고 창문을 열고 보니, 이웃 사람들이 집에서 가지고 온 빈 병들을 푸른색과 흰색의 작은 컨테이너 속으로 던져 넣고 있는 것이다. 색이 있는 병은 푸른색 컨테이너에, 흰 병은 흰색의 컨테이너에 분리해서 수거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난 신문이나 책을 시에서 수거해 간다. 이것으로 재활용 종이나 휴지를 만들어 관공서나 대학에서 사용하는 공문서 종이나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화장지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었다.

한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를 잘 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 기울여지는 것이 없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높은 기능을 가진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자원을 절약하고, 한번 사용한 제품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20세기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폐기물의 처리가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무렇게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전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할 수 있도록 자원순환, 재활용, 재사용 등을 키워드로 하는 자원 순환형 산업구조로의 재편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지속가능한 생산 활동인 재제조산업을 적극 권장하며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제품생산 시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자원절약 측면이 장점으로 부각되어 장려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공작기계, 금형, 가전제품, 철도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제조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재제조산업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자본이 부족해 재제조 관련 기술 개발과 재제조 제품 생산에 적절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부품 재제조 기업체의 연간 매출액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제조 기업체의 57% 이상이 5억 원 이하의 연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재제조산업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제도가 아직 부족하며, 열악한 재제조 기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책도 부족하다.

재제조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적절한 가격 형성이 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재제조 기업자의 이윤이 부족한 점도 재제조산업에 대한 투자를 막고 있다. 또 대학 내 재제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부족으로 재제조 관련 전문 인력의 수급이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재제조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재제조산업의 기반조성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제조업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훌륭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재제조 산업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또 대학 내 재제조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관련 연구소를 개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제조 기술의 체계적인 개발과 제품 생산 공정의 표준화를 이루어야 한다. 나아가 재제조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재제조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제품 품질 인증을 위한 검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독일과 미국의 경우, 재제조 제품의 품질 수준이 거의 신품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들 선진 재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들과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현장 지향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 개발로, 재제조 기업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제조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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