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주 전 점검 끝낸 철거 현장이 보행로를 덮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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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부산진구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건물을 철거하던 중 콘크리트 외벽 블록이 보행로를 덮쳤다. 떨어진 블록의 무게가 100kg 정도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9일 광주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터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사고가 더 어이없는 것은 해당 건물이 사고 보름 전에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의 긴급 현장 점검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아파트 건립을 위한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는데도 아무런 위험 요인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장 점검이 요식행위에 그쳤던 셈이다.

17명 사상자 낸 광주 사고 교훈 잊은 듯
안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참사 초래해

광주에서의 붕괴 사고 이후 부산시는 각 구·군과 함께 부산 시내 철거 현장 330곳에 대해 안전 실태를 점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여건에 맞는 해체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부실하다고 지적받은 현장이 46곳이었으며, 붕괴 위험이 있는데도 방치한 현장도 34곳이나 됐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부산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조치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지만, 부산진구 재건축 현장에서의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부산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재개발·재건축 등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각 구·군도 자체 계획을 세워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에서의 사고는 조사가 진행되면서 안전 원칙만 지켰다면 사고 자체를 막거나 최소한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위험한 해체공사를 진행하면서도 계획에서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는 과정 그 어디에도 규정 준수의 흔적은 없었다. 이면계약, 불법 다단계 하도급, 허위 해체계획서 등 온갖 비리가 저질러졌고, 심지어 해체공사 전 과정을 통제하고 감독해야 할 감리자조차 현장에 없었다. ‘설마 뭔 일이 일어나겠냐’는 사고에 대한 안일한 생각이 결국 고귀한 생명을 여럿 희생시킨 참사를 빚은 것이다. 이번 부산진구 재건축 현장 사고는 광주에서의 그런 교훈을 까맣게 잊은 데 따른 것이다.

부산진구청은 특히 학교 주변 재개발 공사로 인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0일 양정고에서 열린 회의에 뚜렷한 이유 없이 불참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부산시교육청, 재개발조합, 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은 참석했는데 정작 지역민의 안전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관할 구청은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대형 사고는 언제나 무관심과 책임 전가, 안이한 사태 인식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사고도 불과 두어 달 전 잇따랐던 위험 경고를 무시한 결과였다. 주민 안전에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는 지자체 등 관할 당국의 소명 의식이 더없이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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