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손길 필요한 주민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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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국 부산 동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

부산 동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 정정국(52) 씨는 동구의 ‘슈퍼맨’으로 불린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장마 피해에 엉망이 된 주택가에서, 코로나19 비상이 걸린 주민들이 부르면 언제 어디든 그는 ‘출동’한다. 올해 5월, 이런 그의 노력이 세상에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그를 부산의 ‘우리 동네 영웅’으로 선정했다.

봉사 인생 30년째… 동구의 ‘슈퍼맨’
행안부, 부산 ‘우리 동네 영웅’ 선정
봉사는 숙명, 죽을 때까지 계속 할

‘우리 동네 영웅’ 발표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마련한 제도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앞장선 지역 영웅을 뽑는다. 정 씨는 코로나19 사태에 취약계층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주 3~4회 방역활동으로 지역 코로나 예방에 힘썼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 씨의 봉사 인생은 벌써 30년째다. 1991년 입대 전 따라간 교회봉사에서 어르신의 목욕을 도와준 것이 시작이었다. 스스로 목욕을 하지 못하던 어르신을 며칠 만에 씻겨드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목욕 봉사를 마친 그에게 참 오랜만에 개운하다며 어르신은 울먹였다. 정 씨는 “제 몸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의 일주일은 봉사 일정으로 빼곡하다. 매주 월요일에는 반찬 배달, 화요일과 금요일엔 동구 방역을 나선다. 틈틈이 도움을 청하는 연락도 놓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이후, 미처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산복도로 방역도 그가 맡았다. 술집이든 체육시설이든 미용실이든 동구이기만 하면 그는 찾아갔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봉사를 빼놓지 않는 정 씨의 진심을 주민들이 가장 먼저 알았다. 반찬배달을 마치고 나오는 그의 손에 할머니들은 기어코 돌돌 말린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여 주고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라도 쥐여 주었다. 그는 이미 동구에서 만인의 아들이 되어 있다. 그에게는 매일 “언제 오느냐” “길이 미끄러우니 운전 조심하라” “비 오는 날은 오지 마라”는 어르신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정 씨는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봉사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가 이웃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정 씨는 “집 앞 쓰레기를 줍고, 무거운 짐을 든 어르신을 돕는 것도 전부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나도 한번 해 볼까’ 생각한다면 참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사회에서 봉사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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