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외면하는 28GHz 5G, 해외선 “효과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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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지난달 열린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오른쪽 사진은 미국 버라이즌의 5G 커버리지 지도. 붉은색 점이 밀리미터파 대역 5G 서비스 가능 지역이다. 연합뉴스 제공·버라이즌 홈페이지 캡처

‘진짜 5G’라고 불리는 28GHz 5G 서비스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통신 3사가 연말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한 4만 5000여 개 기지국 설치를 사실상 포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통신사들은 28GHz 대역의 망 구축에 대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선 28GHz 대역에 해당하는 밀리미터파 대역 5G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해외에선 28GHz 대역이 전파 특성상 전국망 구축이 어렵지만 5G 서비스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올 4만 5000개 기지국 약속
8월 말까지 161개 설치 완료 그쳐
통신사, 소비자 체감 개선 소극적
美 버라이즌 등 5G 서비스 확대
“밀리미터파 비용 대비 높은 효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3대 이동통신사업자(버라이즌, T모바일, AT&T)가 2018~2019년 밀리미터파 대역(28GHz, 39GHz)의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28GHz 대역의 ‘울트라 와이드밴드(Ultra Wideband) 5G’ 서비스 지역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 최근에는 미국 82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NTT 도코모가 지난해 9월부터는 밀리미터파 기반의 5G 서비스를 시작해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밀리미터파 대역 5G에 연결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론상 LTE의 20배 속도가 가능한 밀리미터파 대역 5G는 전국망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5G 가입자들의 ‘체감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미국에서 밀리미터파 5G 이용자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밀리미터파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에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밀리미터파 서비스 지역에서는 서브6(6GHz 이하) 5G 대역과 비교해 동일한 시간 동안 2.4배 많은 데이터를 사용했다. 4G LTE보다는 4.5배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지역의 한계로 밀리미터파 5G는 가입자의 전체 데이터 사용량의 2.9%에 그쳤지만 초고속의 특성 때문에 일단 연결만 되면 서브6 5G보다 월등하게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보였다. 밀리미터파 5G가 5G 가입자들의 체감 품질을 크게 높이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최근 발표한 ‘밀리미터파 5G의 경제성’ 보고서에서 “밀리미터파는 거리가 짧고 장비 가격은 높지만 처리량과 용량이 커 비용 대비 높은 효과로 이바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GSMA는 특히 “이동통신사업자는 단기에 밀리미터파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밀리미터파 솔루션 없이 5G 서비스를 제공할 때 경쟁에서 밀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통신 3사는 28GHz 대역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말까지 약 4만 5000대에 달하는 28GHz 기지국을 만들겠다고 정부에 약속했지만 올 8월 말까지 161개만 설치를 완료했다. 통신사들은 28GHz 대역 주파수 할당대가에 대해서도 대부분 내부적으로 회계상 손상처리를 완료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밀리미터파 수신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밀리미터파 수신 단말기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통신 3사가 품질개선 효과가 분명한 28GHz 대역 5G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품질 개선은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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