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파도 소리 대신 영화 대사 울려퍼진 ‘부네치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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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비프’ 가 보니

“우리 동네에서 영화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르네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줄곧 해운대를 중심으로 개최해 온 영화제를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동네방네비프’를 마련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부산 14개 구·군에 스크린을 설치해 역대 BIFF 초청작을 상영하고 게스트와의 만남을 비롯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형형색색 건물과 어우러진 스크린
장림포구는 지금 ‘색다른 축제’ 중
바다·부산대교 보이는 영도관광센터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일석이조’


■바다 내음 가득 영도에서는…

9일 오후 6시 30분 부산 영도구 봉래나루로 영도관광안내센터 루프에는 부산대교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근사한 야외극장이 마련됐다.

영화 상영을 앞두고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자 관객들은 대형 스크린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상영이 시작됐을 때는 총 50여 개의 좌석이 가득 찼다. 바다 내음이 나고 부산대교가 보이는 이색적인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추억을 남겼다.

주민 현종대(57·영도구) 씨는 “오늘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현장에서 하는 홍보를 통해 알게 됐다”며 “그동안 바빠서 BIFF에는 참여를 한 번도 못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열리니 좋다”고 말했다.

강서구에서 온 신청언(43) 조윤정(42) 씨 부부는 “바다와 영도대교가 보이는 전경이 정말 좋다. BIFF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신선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상영에 앞서 밴드 ‘도시수족관’의 공연을 만날 수 있었다. 동네방네비프는 한국문화예술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청춘마이크시너지’와 협업해 부산·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70여 아티스트팀을 초청했다. 부산 전역에서 동네방네비프 상영 전 이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날 상영한 영화 ‘다시 만난 날들’(2019)의 심찬양 감독은 “영화의 첫 장면이 바다를 배경으로 시작하는데 이 극장과 아주 어울릴 것 같다”며 “영화에는 ‘기타 배틀’을 하는 장면도 있는데, 바다도 가끔 보시고 환호성도 지르면서 편하게 즐겨 달라”고 말했다.



■사하 장림포구 ‘부네치아’에서도…

앞선 8일 오후 8시, 부산 사하구 장림포구 ‘부네치아’에서도 파도 소리 대신 영화 대사가 울려 퍼졌다. ‘부네치아’는 어촌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선박과 형형색색의 건물이 꼭 베네치아 부라노섬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아래 바다에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함께 영화가 비치자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여들기 시작해, 30명가량이 자리에 앉았다. 사하구 주민 김 모(41) 씨는 “영화제가 몇십 년 넘게 부산에서 하고 있고, 나도 부산 토박이인데 해운대까지 가기는 겁이 나기도 하고 예매하는 방법도 몰랐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보러 오면 돼서 좋다”고 말했다. 동네방네비프 상영작은 온라인 사전 신청을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남은 좌석에 한하여 현장 접수도 이뤄진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였다. 영화 상영 전, 발언에 나선 김조광수 감독은 “이런 부산의 아름다운 곳에서 영화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며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의 제작 과정의 내용을 담은 영화로, 영화라는 화려만 이면에는 이렇게 어려운 제작 과정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이라고 영화 내용을 요약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오석근 BIFF 아시아 필름&콘텐츠 마켓(ACFM) 공동 위원장은 “해운대·남포동에서만 영화제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부산 전역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며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나도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구나 하는 축제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박혜랑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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