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방역에 걱정 덜었지만 영화 발견의 기쁨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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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영화연구소 BIFF 되짚어 보기

부산대 영화연구소 좌담회.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문관규 소장, 현수정 윤나나 백수진 친관야 장지애 박은지 강지원 연구원. 문경덕 인턴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꼼꼼한 방역과 신설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BIFF가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장이 되기보다 곧 개봉할 영화를 많이 소개했다는 점에서 작품 선정의 보수화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티켓 발권 미숙 같은 자원봉사자의 현장 대응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에서 올해 BIFF를 돌아보는 부산대 영화연구소의 좌담회가 열렸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을 비롯해 현수정·윤나나·백수진·강지원·박은지·장지애·친관야 연구원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코로나 이후 대면 영화제 모범적 전형
드라마 시리즈 끌어안는 시도 긍정적
개봉 예정작 많아 작품 선정 보수화 우려
발권 미숙 비롯해 자봉 현장 대응 미흡

강지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제일 큰 국제 행사였고 오랜만에 외국 게스트가 참석해 활기찼다”면서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지애 연구원은 “비교적 많은 영화를 봤는데 방역 절차가 꼼꼼히 진행돼 확진자 뉴스를 봤는데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관규 소장은 “다른 영화제들이 온라인영화제를 할 때 대면 영화제로 열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줬다”면서 “코로나19와 영화제 내분 사태로 영화 관객들의 관심이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관심을 회복할 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동네방네비프와 ‘온 스크린’ 섹션 같은 신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은지 연구원은 “BIFF가 드라마 시리즈를 끌어안는 모험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현수정 연구원은 “온 스크린 섹션의 시도 자체는 좋지만 6편 중 3편만 공개하는 방식은 아쉽다”며 “미공개 부분은 차후 해당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박은지 연구원은 또 “지난해 칸 영화제가 10부작 일본 TV 드라마를 재편집한 극장판 ‘진심의 증거’(The Real Thing)를 초청했는데 이렇게 극장판으로 압축한 버전을 BIFF에서 상영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 연구원은 “미드나잇 패션처럼 앞으로 전편을 연속해서 보는 드라마 나잇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동네방네비프는 상영 공간 확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상영작 선정 때 다대포에서 촬영한 영화를 다대포에서 상영한다든지 그 동네 출신 배우가 나온 영화를 상영하는 등 상영작 선정을 세심하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비프에 대해서 현 연구원은 “메인 카탈로그를 봐도 커뮤니티비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63편이나 상영하는데 조명을 별로 안 해주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정지애 연구원은 “커뮤니티비프 책자가 남포동에는 배포됐는데 센텀시티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고도 했다.

전반적인 작품 선정의 보수화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강 연구원은 “영화제가 끝나면 개봉할 작품이 많아서 영화제에 매년 참석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고, 현 연구원은 “플래시 포워드 등 월드 프리미어가 줄어서 현장에서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문 소장은 “부산영화제가 기존의 적극적인 새로운 영화감독 발견 행보보다는 칸, 베를린, 로카르노 같은 영화제에서 검증된 작품을 많이 초청했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 나은 영화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수성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의 티켓 발권 실수 같은 현장 대응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백수진 연구원은 “현장 예매 때 당일 상영작을 예매하려 했는데 이틀 뒤 상영하는 같은 작품을 끊어줘 당황했고 이후 발권 때도 비슷한 문제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현 연구원은 “고질적인 BIFF 인력 문제가 드러난 것 같다”며 “자원봉사자는 전문성은 없지만 열의가 가득 찬 친구들이라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대체로 ‘원더 우먼스 무비(아시아 여성감독 영화 특별전)’‘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 같은 2건의 특별전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친관야 연구원은 “중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BIFF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윤나나 연구원은 “외부와 접촉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시기에 현장 영화제가 열려 의미가 컸다”고 평가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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