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활용한 환경복원 기술로 새로운 도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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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산불이 나서 울창하던 산림이 시커먼 재가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훼손된 지역을 방치해 자연스럽게 산림이 회복되길 기다리거나,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작은 묘목을 듬성듬성 심는 장면을 대체로 상상할 테다.

(주)코드오브네이처 박재홍(26) 대표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이끼를 활용한 환경복원 기술을 적용하면 효율적으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부산 ‘월드 클래스 육성’ 3인에 선정
스타트업 창업 준비, 벤처사 투자 받아
기후 변화로 산불 잦은 해외에 관심

박 대표는 사실 부산이 배출한 주목 받는 청년 인재다. 최근 부산시가 청년 인재를 발굴하는 ‘월드 클래스 육성 10년 프로젝트’에 응모해 당당하게 최종 3인에 선정됐다. 앞으로 3년간 최대 1억 원의 역량 개발비를 지원받는 것도 대단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면과 현장 면접, 시민 평가단 오디션까지 치르며 인정 받은 것이라 더욱 값지다.

“인위적으로 심은 묘목은 쉽게 죽기 마련인데, 이끼 포자를 헬기 등을 이용해 살포하면 비용과 인력, 회복 기간 면에서 더욱 빠르고 경제적으로 환경을 회복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 상상은 곧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벤처투자사의 투자까지 받는 현실이 됐다.

부산시청 인근에서 마주한 그는 여느 20대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인터뷰가 낯선지 제법 수줍은 표정이었지만, 일과 미래에 대해선 막힘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부산조리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 청년창업 경진대회 ‘F-스타트업’ 대상, 부산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고용노동부 주최 소셜벤처 경연대회 부산 결선 2020 1위, 전국 결선 2020 대상, 기획재정부 대국민 혁신성장 정책공모(그린뉴딜 분야) 대상까지. 화려한 경력을 미리 알았던 터라 대략 엘리트 코스 학력을 말하겠거니 짐작했다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둘째 아들이라 부모님 기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요리를 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조리고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현장 실습 과정에서 손을 다치는 바람에 식재료 생산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열아홉 살에 큰아버지 도움으로 고추, 참깨 농사를 지었는데 제대로 될 리 없었죠.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는 충남 연암대 원예과에 진학했고, 부산대 식물생명과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이어갔다. 이끼를 활용한 환경복원 사업에 뛰어든 뒤 올 9월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여러 대회에 참가하며 만나 인연을 맺게 된 ‘능력자’ 직원 4명까지 채용해 어엿한 CEO가 된 그는 부산과 서울, 경남 밀양을 바삐 오가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1년에 3000억 원 규모인 산림 환경 복구 시장이 타깃인데,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잦은 세계 시장도 두드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공에서 배운 것들을 버리기 아까워서 시작한 일인데, 친구들과 밤새도록 놀면 피곤해도 힘들지 않은 그런 느낌, 그런 보람으로 지금껏 일하고 있어요. 파괴된 극한 환경을 되살리는 게 저의 목표였고, 그 수단으로 이끼를 발견한 겁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복권이 3등 정도에 당첨된 것처럼, 가족들이 좋아하고 지지해 주십니다.”

사람 좋게 웃던 박 대표에게 ‘미래’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주 식민지 건설 과정에서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왕이면 우주에서 일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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