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는 시민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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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영 금정구청장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산 금정구 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사업이 부산시의 부지매입 결정으로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침례병원이 2017년 파산해 방치된 지 4년 후에 비로소 이루어진 구체적인 진전이었다.

침례병원이 문을 닫은 후 지역의료 공백과 공공의료시설 부족으로 겪은 좌절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더욱 깊어졌다. 어느 하루가 힘들지 않았겠느냐마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위기감을 느낀 적이 두어 번 있었다. 관내 어느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와, 금정구 경계와 바로 맞닿은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환자가 치료를 받을 병상이 없을 때였다. 집단감염은 인력 투입과 핫라인 구축 등 현장의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병상 부족은 현장에서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이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있었지만 실제로 부산에서 벌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 않나 기억한다. 결국 수십 명의 학생 등이 대구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취약계층의 고충도 심각하다. 사실상 부산의 유일한 공공의료시설인 부산의료원을 정부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이후에는 취약계층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이 환자들마저 부산의료원이 감당할 수 없어 전남 목포에까지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침례병원이 일찍이 공공병원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만약 그때 침례병원이 공공병원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적어도 우리 금정구민들은 집 가까이서 치료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연간 약 50만 명이 찾고 7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던 병원이 유령 건물로 전락해 퀴퀴한 곰팡내를 풍기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은 정부와 부산시의 움직임에도 매우 안타까웠다.

그런데,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널리 시민의 공감대를 얻는 사안이었다. 게다가 침례병원은 부산, 울산, 경남의 교통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어 이것이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게 되면 동남지역에서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해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사업의 당위성은 여러 통계로도 입증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은 ‘2020년 사망원인’을 발표했는데, 부산은 2000년 이후 해마다 암과 심장질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를 두고 지역의 어느 일간지는 ‘부산에 공공의료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방치된 침례병원은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간 부산의 환자가 2020년 기준으로 약 60만 명이며 이로써 역외로 유출된 진료비만 하더라도 한 해에 6000억 원에 이른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사업의 필요성은 금정구민과 부산시민이 가장 잘 알고 있다. 2019년 부산의 16개 구·군의 구청장·군수협의회는 ‘금정구 공공병원 유치’ 결의문을 채택해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가 동부산권 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일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시민 생명권 수호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어 결의문을 부산시에 전달해 공식적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6월에는 불과 열흘 만에 금정구민 9202명이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에 서명했다. 금정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는 이 서명부를 보건복지부에 직접 전달했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는 금정구민과 부산시민의 명령인 셈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생명권, 건강권을 수호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 즉 보험자병원 지정으로 주민들에게 조속히 화답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언제 또 우리의 일상을 덮칠지 모른다. 이제는 침례병원을 공공병원화하라는 주민들의 준엄한 명령에 우리 모두 묵묵히 따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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