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걸리던 길이 40분 걸려” 교통 흐름 막은 회전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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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체증’ 금정문화회관 앞 가 보니

지난 19일 오후 5시 아직 퇴근시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부산 금정구 구서동 금정문화회관 인근 도로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구서IC 지하차도에서부터 2개 차로로 진행되던 도로가 금정문화회관 일대에 설치된 회전교차로 앞에서 1개 차로로 감소하면서 정체가 빚어진 것이다.

퇴근시간에 접어들자 정체는 더 심해졌다. 현장에서 300~400m가량 떨어진 동래초등학교 근처까지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좁아지는 차로에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량이 하나 둘 늘어나자 신경질적인 경적소리가 도로를 뒤덮었다.


기존 2개 차로 → 1개로 감소 ‘정체’
퇴근 시간대 300~400m 차량 행렬
“구청·경찰 엉터리 예측” 항의 빗발
“설계 변경 어렵다” 해법 제시 못 해

이 같은 정체는 지난 7월부터 금정구청과 금정경찰서가 금정문화회관 앞 교통체계를 개선하겠다며 회전교차로 공사를 진행한 게 단초가 됐다. 부산시 ‘교통정체구간 체계개선사업’의 일환이다. 예산 2억 8000만 원을 들여 무신호 삼거리 교차로이던 금정구 체육공원로 7번지에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것이다. 공사는 다음 달 마무리되지만, 현재 큰 작업은 끝난 상태다.

금정구청은 금정경찰서의 조언을 받아 회전교차로 대상지를 선정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실시설계도 진행했다. 그러나 회전교차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존 2차로가 1차로로 줄면서 교통체증 민원이 폭주한다. 체증으로 장시간 정차하는 차량이 늘면서 인근 상가와 업체도 차량 공회전 등으로 인한 소음, 매연 피해를 호소 중이다.

주민 김종암(80) 씨는 “예전부터 차량 정체가 있던 데다 차로까지 줄여 놓으니 5분이면 통과하던 거리가 40분은 족히 걸린다”며 “금정구청의 엉터리 구상에 도로 자문을 맡은 금정경찰서가 차량 정체를 예측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항의했다. 주민 박기태(69) 씨도 “해당 구간은 평일에도 울산쪽에서 내려오는 차들로 인해 많이 밀리는 구역”이라며 “2차로로 빠져나가야하는데 차로 하나를 막아놔서 러시아워 때는 정말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정구청과 금정경찰서 등은 이 지역이 최근 10년간 80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라 속도보다는 안전을 고려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정구청 이윤환 교통행정과장은 “회전교차로 설치는 도로 면적,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라면서 “지금 단계에서 설계를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완공 이후 불법주차 차량 단속,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정체 구간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정구청과 금정경찰서 모두 차량 정체를 불러온 상황에 대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양 기관의 어설픈 행정으로 교통체증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산시 주도로 현재까지 80개소 이상 설치되는 회전교차로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회전교차로 설치 전 정확한 교통량 측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산대 드론교통공학과 최양원 교수는 “회전교차로 설치는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자칫 회전교차로 설치로 인해 차량 정체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로의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해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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