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저를 도와준 10명에게 기부로 보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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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현 (주)진영코리아 회장

“벼랑 끝의 제게 손을 내밀어준 지인이 딱 10명이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부끄럽다며 취재도 손사레치던 (주)진영코리아 박규현(65) 회장. 그러나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10명의 지인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박 회장이 부산의 247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는 ‘밀알’이 됐다.

박 회장 부부가 이끄는 (주)진영코리아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뿌리기술 전문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창업하며 생활비·공장 자금 도움 받아
빚 청산 후 아너 소사이어티로 활동
에티오피아에 우물 파기 후원 나서

경남 사천의 정미소 아들로 태어나 기계가 좋아서 시작한 엔지니어 생활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13년 간 다니던 직장에서 뛰쳐나와 무작정 창업한 2000년 당시만 회상하면 박 회장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박 회장은 “달랑 퇴직금 750만 원 받아 강서구의 한 가정집 창고를 빌려서 공장을 차렸다. 호기롭게 ‘내 기술이면 가족들 굶기기야 하겠나’ 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이란 게 있는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며 웃었다.

이전 직장에서 여러 자동차 부품을 국산화시켰던 박 회장은 그 길로 르노삼성차를 찾아갔다. 그리고 일제 ‘와이어 메시’를 국산화한 장본인이라고 밝히고 정식으로 납품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어렵사리 납품 허가는 떨어졌지만, 르노삼성차는 무려 1년의 테스트 기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렇게 박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1년이 시작됐다. 그는 “공장 월세도 못 내 보험부터 아이들 돌 반지까지 다 팔아서 버텼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하루하루 살림살이가 팍팍하던 그해, 손을 내민 지인 10명이 있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박 회장 부부의 심성만 믿고 생활비와 공장 자금을 빌려줬던 것이다.

2001년 르노삼성차에서 납품해도 좋다는 통보가 오자 부부가 밤낮없이 일해 제일 먼저 한 일도 빚 청산이었다. 박 회장은 “아내와 너무 좋아서 아예 공장에서 밥을 지어 먹으며 매일 자정까지 일했다”며 “새벽에 잠들어 새벽에 일어났지만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고 웃었다.

한 달에 1명씩, 빌린 돈을 모두 갚은 데 1년이 걸렸다. 하지만 10명 중 누구도 이자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전해진 온정은 20년 뒤인 지난해 12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박 회장을 성장하게 했다.

박 회장의 다음 기부 목표는 에티오피아의 6·25 참전용사 마을에 우물을 파는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에티오피아에서 산업시찰을 할 때 현지에 남긴 약속이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를 도운 이들을 이렇게 살게 하는 건 아니다’ 싶어 반드시 우물을 파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코로나로 지금까지도 출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급한 대로 현지로 마스크를 보내 마음은 전했지만 우물 약속을 지킬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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