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4. 일본 네오 팝아트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Skulls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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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네오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1962~)는 ‘슈퍼플랫’이라는 개념으로 미국에서 큰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그는 고급문화보다는 대중문화가 일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무라카미는 이십대 후반에 <예술기업론>이라는 저서를 쓸 정도로 사업가로서의 마인드를 일찍부터 연구·실천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해외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뤘다.

무라카미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오타쿠’ 문화와 일본 특유의 문화적 감수성을 상징하는 ‘가와이(귀엽다)’, 그리고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그로데스크’함을 일본 문화의 본질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 전통회화의 형식적 측면과 대중문화를 접목시켜 ‘슈퍼플랫 시리즈’를 탄생시킨다.

2000년 무라카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진행했던 단체 전시회의 카탈로그에서 자신의 ‘슈퍼플랫’ 이론을 밝혔다. 무라카미는 일본 미술사의 평평함과 2차원의 환상이라는 유산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들어 있다고 전제한다.

또한 슈퍼플랫은 사회 계급과 대중의 기호가 ‘납작해지고’, 고급과 저급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현상을 개념화한 것이자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사용됐다. 무라카미 다카시 외에도 수퍼플랫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로는 이와모토 마사카츠, 타카노 아야, 사토 레이 등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Skulls Rock’은 2004년도에 제작된 판화 작품이다. 전후 일본의 비관적인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해골이 상징하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웃고 있는 꽃에서 느껴지는 ‘삶의 기쁨’이 공존한다. 삶과 죽음, 기쁨과 공포가 ‘평평한’ 화면에 묘사되어 있다.

무라카미의 모든 작품에서는 공간감을 느낄 수 없다. 근대의 시선이라 할 수 있는 원근법이 부정되어 있는 ‘플랫’한 화면에는 모든 조형 요소들이 수평적으로 나열된다. 예술성과 상업성, 고급미술과 대중미술, 일본의 전통과 글로벌한 동시대성이 마치 판화의 도구인 프레스기로 압력을 가한 것처럼 입체감 없이 표현된다.

무라카미의 이러한 작업은 우리 시대, 우리 삶,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미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것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이 가지고 있는 동시대적인 가치는 아닐까?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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