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정화·시민 참여형 공연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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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신임 부산문화회관 대표

“노사 화합에 중점을 두고 그동안 쌓인 부산문화회관의 현안과 갈등을 풀어나가겠습니다. 조직 안정화를 통해 문화회관의 재도약 원년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이정필 (재)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8대 수석지휘자 출신이다. 시립예술단 출신으로는 부산문화회관의 대표가 된 첫 사례다.

본부장·팀 체제 중심 내부 재정비
지역 정서 반영한 작품도 발굴
시립예술단 총괄 예술감독제 도입
킬러 콘텐츠·브랜드 제품 개발
청년문화예술 기반시설 될 터

“예술단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 될 겁니다. 현장 예술가로 활동한 오랜 경험과 20여 년의 지휘자 경력, 국립·공립·시립 예술기관에서의 재직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공공 예술기관의 현재 상황을 꿰뚫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물론 기관의 대표로서 행정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전문 행정가는 극소수”라는 점을 짚었다. 이어 “다양한 현장 경험이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예술가가 예술기관을 운영할 능력이 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지휘자의 역할에도 행정이 수반됩니다.”

그는 임기 내 개인의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한 업무 추진을 하거나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부 기관장의 사례를 특히 경계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업무 조정 역할, 미래 비전 제시, 로드맵을 짜는 일이죠.”

직원, 예술단과는 정례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해 현안을 수시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통의 문을 열어두고 함께 발전 방안을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내부 업무는 본부장과 팀 체제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직을 탄탄히 재정비하고, 대외적인 비즈니스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특히 기업 CEO와의 교류를 통한 메세나 활성화에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시민 중심의 공연, 생활문화 속에 스며드는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울에서 성공한 공연이 부산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몇 억 원을 주고 유치한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이 객석이 다 채워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시민의 욕구, 선호도를 반영해 시민 눈높이에 맞는 공연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연장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획공연의 전면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앞으로 시민 참여형 기획운영 자문단을 운영하고, 지역의 정서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을 창작·발굴할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지역 예술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 예술인 단체와 협업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문화회관이 청년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기반시설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공공 공연장 간의 협의체 구축 계획도 밝혔다. 2~3개 극장이 공동기획을 하고, 예술단과 기초지자체가 협업해 작품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협업을 통해 부산 전 지역 원스톱 공연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시립예술단의 경우 총괄 예술감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예술단 운영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책임은 분명히 해 재계약 때 반영해야겠지요. 이를 통해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고, 중장기 공연이 가능한 브랜드 작품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오는 2024년 말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이어 2025년에는 부산국제아트센터가 개관을 할 예정이다. 지역 문화·예술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인 만큼 부산문화회관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의 시설 노후화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앞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국제아트센터가 개관하면 최신 시설과 붐 업 분위기로 인해 기존 공연장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노후 시설 재정비, 리모델링과 함께 명칭 변화가 필요하기 않을까 고민도 됩니다. 예를 들어 ‘부산예술의전당’ 같은 새 이름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설 특성화나 조직 개편 방안은 부산시나 구성원과의 협의, 공론화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오페라하우스가 오페라 전용, 아트센터가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라면 예술단 조직을 갖고 있는 문화회관은 지역과 함께하는 순수예술 전문 제작극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도시 규모에 맞는 공연 예산 지원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근 부산시립박물관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유엔공원 등과 연계한 문화벨트 기능 강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남구에 있는 해당 기관들과 정례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역사·문화 기관 브랜드 공연, 공동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협치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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