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분량 16분으로 축약… ‘자유’ 35번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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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발표한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 취임사와 차이점이 뚜렷했다. 일단 탄핵 국면에서 약식 취임식을 치른 문재인 전 대통령(3121자)을 제외하고 역대 취임사 중에서 가장 짧았다. 애초 30분 분량으로 작성된 초안이 뚜렷하고 간결한 연설을 원하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16분 분량으로 단축됐다. 무엇보다 국정비전과 실천과제를 중점을 뒀던 이전 취임사와 달리 ‘자유’의 의미,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 등 윤 대통령의 평소 가치관과 세계관이 상당 부분 녹아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반지성주의 ‘민주주의 위기’ 초래
보편적 가치 ‘자유’로 해결 메시지

윤 대통령은 우선 취임사의 서두에서 자신의 시대적 소명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설정했다. 이어 팬데믹 위기, 교역 질서의 변화, 기후 변화, 식량·에너지 위기 등 대내외적 난제를 열거하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민주주의 위기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했다.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영 정치 심화, 가짜뉴스 범람 등으로 집단의 의견이 ‘팩트’를 압도하는 시대상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편적 가치’로서 ‘자유’를 내세웠다. 짧은 취임사에서 35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자유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했다. 5년 전 문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론분열이라는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내세웠던 ‘통합’이나 ‘소통’은 윤 대통령의 이날 취임사에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또 양극화와 사회갈등에 대해 경제발전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그 방법으로는 과학과 기술, 혁신을 언급했다. 시장경제 기반의 성장을 강조한 것은 전임 보수 정부 때와 흡사하지만 방법론에서 차별화를 뒀다.

강력한 북핵 대응 의지를 부각한 것도 문재인 정부 출범 때와 비교됐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언급한 것은 현 정부 대북 정책과 엇비슷한 대목이지만,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로 대북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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