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꽃놀이... 언덕 붉게 물들인 아름다운 점령군 꽃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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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생초국제조각공원을 덮은 꽃잔디. 멀리 내려다보이는 경호강 경치가 시원하다.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는 단풍놀이가 여행객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다. 경남 산청에는 봄에 꽃잔디를 쉽게 볼 수 있다. 생초국제조각공원과 산청휴게소 인근의 대명사에서는 주변 경치와 빨갛게 조화를 이룬 꽃잔디 군락이 눈에 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이색 꽃 풍경을 즐기러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조각공원 언덕 2곳에 색색의 꽃잔디 활짝
축구공·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정원 조성

■생초국제조각공원

지난해 5월 초에도 생초국제조각공원에 들렀다. 코로나19가 한창인데다 꽃잔디가 상당히 시든 탓에 방문객은 드물었다. 같은 시기인데도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된 덕에 관광버스까지 찾아올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게다가 아직까지 예쁘게 핀 꽃잔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눈을 부시게 만든다.

생초국제조각공원은 꽃잔디와 함께 다양한 모습의 조각으로 유명하다. 1999, 2003, 2005년 산청국제현대조각심포지엄에 참여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이다. 방문객이 많이 찾기 때문에 제법 너른 주차장도 조성됐다. 화장실도 관리를 잘해 매우 깨끗하다.

생초조각공원에는 가운데 부분의 광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두 개의 언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삼은 오른쪽 언덕은 온통 분홍색, 보라색, 하얀색 꽃잔디로 덮였다. 오른쪽 언덕 곳곳에는 꽃잔디보다는 조각 작품이 더 눈에 띈다. 따가운 봄 햇살이 거추장스러운지 조각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피한다. 적지 않은 관람객은 꽃잔디와 조각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이색적인 풍경을 즐긴다.

드러누운 사람의 엉덩이처럼 펑퍼짐한 능선을 따라 똑같은 모자를 쓴 세 여성이 느긋하게 풍경을 만끽한다. 반팔 티셔츠 밖으로 나온 팔은 햇살에 그을린 탓에 꽃잔디 색이다. 피부가 타든 말든 세 사람의 표정은 한가롭고 편안하다.

세 사람이 지나간 능선으로 올라간다. 꽃잔디 언덕 아래로 경호강이 흐른다. 봄 가뭄 탓인지 강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이 오히려 더 여유롭게 보이고 느긋하게 느껴진다.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꽃잔디 향기가 실려 날아다닌다. 아주 달콤하고 상큼하지는 않지만 기분을 좋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두 언덕 사이에 설치된 정자에는 나들이를 나온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깔깔거리며 웃는다. 오랜만의 봄나들이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서로 사진을 찍고 찍어주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환상적인 ‘샷’이 나왔는지 “와” 하며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한다.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 오른쪽 언덕을 내려다본다. 방금 돌아다닌 꽃잔디 정원의 모양이 축구공이다. 한쪽 모퉁이에는 한반도 지도도 보인다. 사람들이 포토존 앞에서 웅성거린다. 베트남 축구대표 박항서 감독 사진이 서 있다. 그렇다. 산청은 박 감독의 고향이다. 그래서 꽃잔디를 축구공 모양으로 꾸며 놓은 모양이다.

생초국제조각공원 한쪽 모퉁이에는 산청박물관이 있다. 아주 크고 화려한 시설은 아니지만 기왕 온 김에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산청의 역사를 잠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곤충표본전시 ‘산청 나빌레라’ 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SNS 인플루언서 사이 소문난 사진 명소
대웅전 옆 언덕, 꽃과 보살상 묘한 어울림

■대명사

대명사의 정식 명칭은 ‘대한호국불교소림선종 대명사’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단순히 대명사라고 치면 안내를 못 받을 수도 있다. 대명사는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 산청휴게소 바로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산청휴게소에서 내려 이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샛길이 있지만 매우 위험하다. 단성IC로 내려가서 돌아와야 한다.

대명사는 불교계에서 유명한 사찰은 아니지만 예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SNS 인플루언서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은 곳이다. 꽃잔디로 꾸며놓은 사찰 마당과 주변 정원이 상당히 예쁘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10분 거리에 있는 수선사도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수선사는 연못이 인상적인 사찰이다.

아담한 규모의 대명사에는 꽃잔디, 수국 등 화초가 예쁘게 꾸며져 있다. 연등, 잔디는 물론 주변 산의 푸른 수목과 함께 어울린 꽃잔디는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찰 여러 건물을 연결하는 오솔길은 돌과 잔디, 야생화로 덮여 신비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준다.

대명사 꽃잔디의 하이라이트는 대웅전 오른쪽의 언덕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꽃잔디는 물론 알록달록한 화초를 배경으로 언덕 초입에 서 있는 관세음보살 동상이다. 두 손을 모으고 먼저 관세음보살에게 인사를 드린다.

꽃잔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 계단이다. 언덕 가장 높은 곳에서 대명사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사찰이라기보다는 산기슭에 자리를 잡은 편안한 휴양시설 같은 분위기가 가득하다. 고속도로에 바짝 붙어 있어 꽤 소음이 심하다. 하지만 언덕을 돌아다니며 꽃잔디의 매력에 푹 빠지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희한한 체험을 하게 된다.

대명사는 동쪽을 바라보고 앉았지만 주변에 높은 산봉우리나 인공 건조물이 없어 낮에는 아무런 방해 없이 햇살을 즐길 수 있다. 그 분위기가 얼마나 환하고 밝은지 언덕에 잠시 앉아 귀를 기울이면 화사하고 따스한 햇살과 희롱하는 꽃잔디의 신나는 웃음이 들릴지도 모른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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