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초당적 협력” 연설, 협치부터 시동 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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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인 1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59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자리였는데, 이날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유달리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의회주의’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하며 “법률안, 예산안뿐만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 및 의원들과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말도 했다. 민생 불안, 국제 질서 급변, 북한의 무력 도발 등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한 것이다.

현재 대내외 여건 매우 어려워
국정 파트너로서 야당 존중해야

이날 시정연설의 분위기는 좋았다. 야당 의원들도 대부분 일어나 박수로 윤 대통령을 맞았고, 야유나 고함 등 볼썽사나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이목을 끌었던 건 윤 대통령의 태도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국회 의장단, 여야 지도부와 만나 협조를 구하고, 연설을 전후해서는 야당 의석 쪽으로 이동해 낮은 자세로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좀체 자신을 굽히지 않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오히려 낯설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결국 현재 국정 운영이 난관에 봉착해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겠다.

요컨대 지금 윤 대통령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야권과의 협치인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시정연설의 키워드가 ‘협치’라고 알렸지만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 협력’ ‘의회와 긴밀히 논의’ 등을 언급했을 뿐 시정연설문 어디에도 ‘협치’를 적시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사에서 ‘협치’나 ‘통합’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의회 관계에서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강조했다지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넘어 가도 되는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쌍방이 아닌 일방의 협조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닌가 묻게 된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지적한 대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실타래처럼 얽힌 여야 대치 정국은 여전히 풀릴 기미가 없다. 야당의 발목잡기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정치권의 뭉친 실타래를 푸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의 협력 없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다. 국정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당위로 삼아야 한다.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협치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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