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욕설 난무하는 평산마을 집회,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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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지역사회부 동부경남 팀장

요즘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귀향을 전후해 시작된 밤낮 없는 집회 때문이다. 주민들은 집회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고, 환청과 스트레스 등 신경쇠약 증상을 호소할 정도다.

평산마을은 낮엔 조용하고, 밤엔 적막할 정도로 소음 없는 시골 마을이다. 40여 가구에 100명가량이 거주 중이다. 60~70명이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이 마을이 지난달 29일부터 시끄러워졌다. 보수 단체가 마을이 생긴 이래 첫 집회를 가졌다. 통도사 산문주차장에서 평산마을까지 2km 구간에 가두시위까지 벌인 이 단체는 확성기를 통해 문 전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악담을 퍼붓고, 노래도 내보냈다.

집회는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하자 더 심해졌다. 한 단체는 방송 장비를 갖춘 차량을 이용해 밤낮없이 30시간 동안 확성기를 통한 집회를 강행했다. 이 장면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는 소문도 들린다.

주민들이 집회 소음으로 밤잠을 설치자, 경찰 등 관계 기관에 수백 건의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합법적인 범위에서 집회하다 보니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이 마을 어르신 10여 명은 불면과 환청, 스트레스 등을 호소 중이다.

급기야 문 전 대통령이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집회 자제를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형태가 참담하다. 확성기로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정당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합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지적도 방법과 형식 면에서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라”고 거들었다. 정청래 의원 등은 “평산마을 피해가 극심하다”며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 용산도 평산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연일 시위와 확성기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찰이 집무실 앞 집회를 금지했지만, 법원이 이를 허용해 이 일대 주민들의 고통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평산마을에서는 경찰의 발 빠른 조치로 야간 집회가 중단됐지만, 낮 시간대 집회·시위는 계속돼 주민 피해 역시 커질 전망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법과 상식 범위 내여야 한다. 집시법에 다른 주민의 사생활과 평온을 해칠 경우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여러 행동이 가능하겠지만, 시골 마을에서의 집회 소음 피해는 도시보다 훨씬 커 주민들의 소중한 일상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메시지 효과는 꼭 확성기의 볼륨과 주변 주민들에게 끼치는 불편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듯이, 평산마을에서의 집회 방식도 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집회와 마을 주민들의 평화가 공존할 수 있는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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