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값을 결정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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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경제부 부동산팀장

“해운대 A 아파트가 왜 그렇게 비싼 줄 모르겠습니다. 15층 아래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어요. 몇 년 전 아내가 그곳으로 이사 가자고 했을 때 반대한 이유도 그거였어요. 그런데 지난해 부산 전체 집값이 오르니까 거기는 더 오르는 거예요. 잘 지은 집과 집값 오르는 집은 다른가 봐요.”

취재 중 만난 한 건축사의 푸념이다. 건축 전문가이니 부동산 투자도 잘 하겠다는 질문에 “오히려 반대”라며 투자 실패담을 들려줬다. 어떤 자재를 썼는지, 구조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등을 아는 것은 오히려 투자의 장애물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잘 지은 집과 돈 벌어주는 집은 별개’라는 일종의 ‘품질 무용설’은 역설적이게도 건축사를 비롯해 집을 짓는 업계 종사자를 만나면 심심치 않게 듣는다.

입지에 좌우되는 집값, 정책도 주요 변수
새 정부 고분양가심사제 등 손질 공언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 부추길 수 있어

‘도대체 무엇이 집값을 결정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의 하소연을 들은 한 투자 전문가는 한 마디로 문제를 진단했다. “입지를 보지 못한 거죠. 부동산 가치는 결국 입지가 결정한다는 걸 간과한 겁니다!”

그 위치에서만 가능한 교통, 학군 등 생활 인프라와 전망 등의 요소가 집값을 결정하는데, 주변을 보지 않고 집의 품질만 기준으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집을 잘 사려면, 잘 지은 집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입지의 집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집값을 결정하는 데에 입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이다. 어느 정부든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내리려고 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는 손을 쓰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국민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대출보다 집값이 낮아지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부는 어떻게든 시장에 개입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대표적인 방식이 분양가상한제 혹은 고분양가심사제였다. 분양가상한제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아파트 분양가의 상한 금액을 지자체 등이 결정하는 제도이다.

고분양가심사제는 조정대상지역 등에 적용되는 제도로, 심사 주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고 심사 기준이 원가 중심의 분양가상한제와 달리 시세를 반영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둘 다 공공성을 이유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제한한다는 점은 같다.

물건을 만들어서 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이들 제도가 오히려 공급을 막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도심의 대규모 공급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 가능한데, 분양가가 낮게 책정될 것을 우려해 조합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공급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장인 양정1구역은 지난해 말 고분양가심사에서 3.3㎡ 당 2000만 원을 신청했지만 1500만 원대로 상한액이 결정되면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이 때문에 공급 확대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는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시장 자율에 맡겨도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이들은 분양가 완전 자율화를 주장한다. 고분양가로 미분양 물량이 나오면 사업자가 손해이니 적절한 가격은 누구보다 시장이 잘 안다는 것이다. ‘로또 분양’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분양가 통제 이전에는 시행사가 이익을 챙겼다면 이제는 수분양자가 이익을 챙기도록 만들었다며, 결국 이들 제도는 집값 안정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걱정은 커진다. 최근 자재값이 올라 사업자가 분양가를 결정하면 집값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하는 현재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볼 때 수도권 중심의 인기 지역의 분양가는 계속 치솟고, 나머지 지역은 낮아지며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 완화 이전에 지역간 편차를 줄이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공언한 이상 분양가상한제나 고분양가심사제는 가격 현실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이주비 등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도 변화에 따라 시장은 다시 출렁일 것이다. 공급 확대 효과가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 반해, 분양가 인상 여파는 즉각적으로 시장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집값을 결정하냐’며 푸념하는 이들일수록 이런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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