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스위스처럼 힘 있는 중립국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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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동북아 국제관계가 어려운 시기로 돌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익과 평화를 먼저 생각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 교수는 지난 7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동북아 국제관계’라는 주제로 제15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의를 했다.

15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의
‘우크라 사태와 동북아 국제관계’ 주제
“국익·평화 먼저 생각하고 결정해야”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미국·서방의 완충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며 “구소련 붕괴 전 나토 회원국은 16개국이었지만 현재 30개국으로 늘어났고, 우크라이나까지 나토 가입을 결정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과거 핵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했지만 미국·영국·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믿고 폐기했다”며 “국제법상 영토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주민투표에 의한 것으로, 푸틴이 2014년 크림반도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령으로 삼은 것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본도 한국 사람이 일본 국적을 취득해 주민투표를 통해 대마도를 한국 영토로 편입할까 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과거 영국 지정학자 매킨더는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는데 이 이론이 적용된 전쟁이 바로 히틀러의 소련 침공”이라며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인도, 중국, 중앙아시아, 서유럽 등으로부터 사방팔방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정학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등 이념을 초월하며, 본능적으로 자리싸움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러시아가 미국과 함께 제재에 참여한 일본을 협박하기 시작했다”며 “푸틴의 입이라 불리는 러시아 제3당 당수 세르게이 미로노프가 ‘일본 홋카이도는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쿠릴열도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한 정치학자도 ‘일본은 역사적으로 러시아령이었던 홋카이도를 부적절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홋카이도에는 러시아 민족 중 하나인 아이누족이 살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아이누 원주민이 도와 달라고 한다면 이곳을 침공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현재 일본은 한국의 군사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2021년 4월 일본 스가 총리는 미·일 정상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중국이 대만에 침공했을 때 자위대도 미군과 같이 싸우겠다는 의미로, 이때 한국군의 참전을 원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홋카이도 침공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우크라이나인 국제정치학자 글렌코 안드리가 2019년 발간한 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며 “이 책에서 ‘우방이나 동맹국이라고 해도 그 나라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나라는 망한다. 우방도 우리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우방의 조언을 의심하고 때로는 거부하는 이성과 근성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유엔의 러시아 비난 결의에 14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정작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곳은 33개국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스위스와 같이 힘이 있는 중립국으로 가야 하며, 경제적·기술적·문화적 힘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가로 가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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