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누리호' 2차 발사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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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달 탐사로 상징되는 우주 개척은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했다. 두 나라는 냉전시대의 양강답게 국가 자존심을 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야말로 ‘우주 패권전쟁’을 벌였다. 21세기 들어선 중국과 일본 등 후발 주자의 우주 도전이 거세다. 지금까지 달에 착륙하거나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경우는 미·러와 중국, 일본, 프랑스(EU), 인도 6개국뿐이다.

특히 주요 2개국(G2)으로 급성장해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중국은 ‘우주굴기’ 정책을 통해 우주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 나라는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한 지 10년 만인 2013년 ‘창어 3호’의 달 착륙으로 미·러에 이어 세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2019년 ‘창어 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킨 중국의 기술력은 미국 우주당국마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미국은 이미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 개발을 넘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 중심의 우주 탐사 단계로 접어들었을 만큼 훨씬 앞서 있다.

한국은 이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다. 1999년 ‘아리랑 1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 11개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자체 우주발사체 기술이 없어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2년 소형 위성을 쏘기 위한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 개발에 착수했다. 나로호 발사는 2차례 실패 후 2013년 성공했으나, 발사체의 핵심인 1단 엔진을 러시아 기술에 의존한 게 한계로 꼽혔다. 2010년부터 정부는 순수 우리 기술로 1.5t급 중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보낼 수 있는 ‘누리호’도 개발해 왔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21일 1차 발사 당시 실제 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를 싣고 우주를 향해 날아가 고도 700㎞ 목표에 도달했지만,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미완의 성공’이었다.

15일 현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2차 발사를 위한 준비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한 채 발사될 예정이다. 성공한다면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로 올라서 국제 위상이 높아질 테다. 우리 역사에서 자체 기술로 직접 우주를 개발하는 시대를 여는 쾌거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8월 3일 국내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도 앞두고 있다. 부디 모두 발사에 성공해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우뚝 서는 대역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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