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접촉이 문제가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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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코로나19가 한참 퍼질 무렵 가족끼리 접촉도 거리를 둬야하니 자연스럽게 섹스리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지만 씁쓸했다. 그런데 이번엔 원숭이두창이란다. 아직 크게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코로나의 불편을 넘은 공포를 경험한 전 세계 사람들이 원숭이두창을 무시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파율이나 확산속도에 비해 관심도 많은데 정확한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달되는 내용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든다.

원숭이두창의 확산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성소수자들이다. 원숭이두창을 검색하면 ‘게이’, ‘성병’, ‘동성애’ 등이 함께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이것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초기에 조사한 내용에서 확진환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것과 그들의 상당수가 남성 간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동성 간 섹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이성애자인 남성이나 동성애자인 남성이나 생물학적인 차이가 없는데 특정 집단에서만 퍼진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다만 원숭이두창의 전파경로가 밀접접촉이기 때문에 밀접접촉이 이뤄지는 성관계에서는 감염될 확률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꼭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 상처 난 피부와 병변부위와의 접촉, 병변이 묻은 의복 및 침구류 등의 일반적인 접촉으로도 감염된다. 그러다보니 동성 간의 섹스뿐 아니라, 이성 간 섹스는 물론 섹스가 없는 접촉을 통해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주의사항을 공지했는데 코로나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성 접촉과 관련한 내용이 큰 차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접적 만남이나 접촉을 하지 말고 가상의 섹스를 할 것 △6피트(약 1.9m)의 거리를 두고 감염부위가 접촉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자위할 것 △피부나 상처부위가 닿지 않도록 옷을 입은 채로 할 것 △키스는 하지 말 것.

전 세계가 인구감소, 결혼율과 출생율 급감 등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제시한 권장사항의 내용은 이성 간 만남을 통제하는 느낌을 줘서 놀랍기까지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질병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인 접촉 및 관계를 피한다. 자신의 욕구가 있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염려해서 욕구를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질병에 노출되지도 않았고 노출될 염려가 현저히 낮은 사람들의 접촉마저도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철저히 차단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오해일까? 이제는 사랑하는 이와의 성적 교감과 접촉도 이렇게 멀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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