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호모 바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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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스(Bacch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신(酒神)이다. 피로회복제로 유명한 동아제약의 ‘박카스’도 여기서 유래했다. 박카스 한 병(100mL)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은 1mL에 불과하다니 주신의 이름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호모 바쿠스(술 마시는 인류)’를 주제로 한 제6회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가 3일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함께 영화를 보고, 먹고, 마시고, 떠드니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직접 영화 음식을 맛보고 음식에 관한 설명까지 듣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관광공사와 협업으로 열린 ‘나이트 크루즈 푸드 테라스’는 부산의 매력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수영강변의 루프탑에서 영화 속 음식을 음식 전문가들과 함께 즐긴 뒤 ‘해운대리버크루즈’를 타고 강과 바다 그리고 야경을 둘러보니 부산이 참 좋다. 술도 알아야 제대로 마실 수 있다. ‘한국 전통주의 실력 그리고 미래’와 ‘대한민국에서 위스키가 되기까지’ 등의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문학적 지식을 쌓을 기회였다.

국내에 위스키 증류소는 두 곳밖에 없다. 그중 하나인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의 김창수 대표는 3일 세미나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위스키를 선보였다. 한국인 디스틸러(증류책임자)가 처음으로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다. 지난 4월에 나온 이 위스키는 750mL 한 병에 출고가가 23만 원. 336병 한정 출시되어 현재 ‘리셀(되팔기)’ 가격이 2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도수는 54.1도로 높지만 부드럽게 넘어간다. 향기롭고 상큼한 느낌이 지나가고 피트향이 치고 들어온다. 예상을 뛰어넘는 맛에 앞으로 K-위스키의 시대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 대표는 28세였던 2014년 스코틀랜드의 102곳에 이르는 위스키 증류소를 모두 방문한 ‘위스키 덕후’였다. 그 뒤 일본 사이타마 현에 있는 지치부 증류소에서 연수한 뒤 한국에 돌아와 위스키 바 등에서 일하면서 증류소를 만들 돈을 모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황금빛 물방울이 영글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는 “사람들은 몇 년산이라는 것에 집착하지만 숙성 연수가 높아도 맛없는 위스키가 많다”고 했다. 다른 조건을 최상으로 맞춘다면 비록 짧은 숙성일지라도 맛있는 위스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위스키의 숙성이나 사람의 성숙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인 술, 제대로 알고 절제해서 마실 일이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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