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협상보다 서로 상처 주지 않는 협상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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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봉 동아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기존 비즈니스 협상은 노하우와 기법 위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더 가져오는 것입니다. 국가 간 협상, 기업 간 협상으로 성과를 중시하죠. 하지만 생활 속 협상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서로가 상처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백창봉 동아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올해 동아대에서 ‘상처 없는 협상 이야기’라는 이색 과목으로 1학기 강의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협상에서 상대방을 꼭 이기는 노하우보다 협상하는 이유를 알면 꼭 이기지 않아도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하다 매각 협상서 큰 손해
동아대 박사과정서 협상 공부 매진
대학서 ‘상생·발전 위한 협상’ 강의

“예를 들어, 부모와 자식 간 협상은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가족애를 느끼면서 뭔가를 얻어가는 과정입니다. 또 부산지역 중소기업에서의 노사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과 달리 직원 수가 적어서 중소기업 협상은 노사관계를 잘 유지하고 돈독하게 하는 과정이 돼야 합니다.”

백 교수는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서구식 협상 기법을, 관계 중심의 집단주의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협상할 때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고 노하우만을 어설프게 적용하면 상처만 남는다고 했다. 백 교수는 “협상이 왜 필요한지와, 협상이 주는 이득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우리 문화에서는 협상할 때 내면의 ‘욕구’(needs)와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요구’(wants)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는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욕구’를 표현하면 가볍고 무례한 이미지를 줄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친숙한 예를 하나 들었다. “손님이 편의점에 가서 탄산음료를 달라고 했을 때 그 제품이 없을 경우 점원이 손님의 제품에 대한 ‘요구’에만 반응하면 없다고 대답할 겁니다. 반면 손님의 갈증에 대한 ‘욕구’를 파악한 점원은 탄산음료는 없지만, 냉장이 잘된 이온음료를 제안합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욕구’를 잘 파악하면 소통이 원활해집니다.”

그가 협상에 천착하게 된 배경에는 협상 실패로 인해 겪었던 아픈 개인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기업을 20년 정도 경영했는데, 사정에 의해 2015년에 매각해야 했다. 그때 협상에 대해 너무 무지해 큰 손해를 봤다. 실의에 빠졌던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결심해 2017년 동아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박사과정에서 조직행위론을 접하며 협상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그 결과 ‘노사 간 편견과 협상 결과와의 관계-현대자동차 노사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지난해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 강의 외에 공공기관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협상 관련 노하우를 전할 계획이다. 5일엔 경북 청송군에 ‘상처 없는 협상 이야기’ 특강에 나선다.

“노사가 협상을 같이 배워야 더 효과가 있습니다. 앞으로 상대방의 마음에 화를 일으키는 협상이 아닌, 상호 발전과 상생을 위한 협상 접근 방식을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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