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이미 ‘한여름’… 집 안도 집 밖도 푹푹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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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푹푹 찌는데 전기요금이 올라서 맘 놓고 ‘집콕’도 못해요.”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당 코너를 돌던 김희경(36) 씨는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백화점에 무더위 ‘피신’을 왔다고 말했다. 1905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적으로 이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부산의 이날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이날은 부산에서 1914년 7월 1일 그해 첫 열대야가 관측된 이후 108년 만에 가장 이르게 열대야가 찾아온 날로 기록됐다.

전기요금 올라 ‘집콕’도 사치
해수욕객 증가 예년보다 가팔라
영화관·카페엔 피서객 ‘북적’
벌써부터 혹독한 여름나기 걱정


때 이른 무더위로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인상된 전기요금 부담으로 더운 집을 피해 밖으로 열대야 피서를 가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물가 폭등에 이은 공공요금과 더위 ‘폭등’ 소식에 유독 혹독한 이번 여름나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10층 롯데시네마 영화관에선 피서객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다. 오후 1시 30분 영화를 기다리던 이자민(27) 씨는 오전 11시부터 이곳에 도착해 앉아 있었다. 이 씨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집이 후덥지근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영화관을 찾았다”며 “자취방 한 달 관리비를 생각하면 밖에서 시원하게 지내다가 맑은 정신으로 들어가 할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부산진구 서면 카페거리 일대. 한 테이크아웃 커피점 앞은 아이스 음료를 사려는 직장인 행렬이 100m 넘게 늘어져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셔츠는 등과 겨드랑이 부분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직장인 한 모(34) 씨는 “커피 사려고 10분 기다렸는데 땀이 비 오듯 난다”며 “8월 중순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날씨는 이미 한여름 못지않다”고 말했다.

해변은 열대야 피서를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례적으로 이른 열대야로 부산 해변은 피서객 증가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일 개장한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은 4일 파라솔 대부분이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이들은 파라솔 아래서 웃옷을 벗고 일광욕을 하거나 바다에 들어가 서핑과 수영을 즐겼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광안리해수욕장 개장 첫 주말 기간인 지난 1일부터 3일 방문객 수는 모두 19만 6370여 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광안리해수욕장 개장 첫 주말 기간 사흘(금~일요일) 동안 방문객 수는 17만 9500여 명이었다. 이례적인 초여름 무더위에 시민들의 해변 나들이도 평년보다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7살 딸, 5살 아들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최 모(32) 씨는 먹을거리를 챙겨 들고 이날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최 씨의 아이스박스에는 과일과 샌드위치, 김밥 등 오후 늦게까지 버틸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먹거리가 들어 있었다. 최 씨는 “집이 너무 더워 올해 처음으로 아이들과 바다에 나왔다”며 “밤에는 잠을 자기 위해 에어컨을 켜 놓지만 낮까지 켜 놓기엔 전기요금이 부담돼 밖에 나왔다. 더위가 가실 때까지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다가 해질 무렵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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