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 구간에 벌써 녹조 경보… 물금·매리 지점 발생량 2년 전보다 29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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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일대에 녹조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낙동강 내 유해 남조류가 예년의 몇십 배 수준으로 검출됐고, 낙동강 전 구간에 녹조 경보가 내려졌다. 무더위가 심해지는 8월 전후로 지역 식수원도 녹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예년 녹조 절정 시기보다 심각
환경단체, 보 해체 필요성 강조

4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물금·매리 지점에 대한 4차례 조사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 수(cells/mL) 평균은 4만 5033개이다. 지난해 6월 6338개보다 7배, 2020년 6월 1540개보다 29배가 많은 양이다. 특히 지난해는 8월(2만 8632개)과 2020년은 7월(2851개)이 그해 녹조가 가장 심각한 시기였으나, 올해는 이미 예년 녹조 절정 시기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남조류가 퍼져 있다.

부산의 식수원 인근인 물금·매리 지점 외에도 낙동강 전역이 녹조에 노출된 상황이다. 물금·매리는 올 5월 발령된 녹조 관련 ‘관심’ 경보가 지난달 20일부터 ‘경계’로 강화됐다. 경남 칠서와 경북 강정·고령도 경보가 관심에서 경계로 강화됐다. 본류 조사 지점 중 가장 상류 쪽인 경북 해평 지점도 지난달 13일부터 ‘관심’ 경보가 발령돼 있다. 낙동강 대부분이 이미 녹조에 덮인 셈이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영남 지역은 장마 때도 비가 적어 상황이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강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중앙 쪽까지 걸쭉한 녹조가 퍼지고 있는데, 6월에 이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때 이른 더위가 6월 녹조 창궐의 직접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7~8월 무더위가 더욱 본격화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도 올여름 기온은 평년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녹조가 짙게 퍼진 만큼,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조류 대발생’ 수준으로 녹조가 발생한 2018년을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기후위기에 따라 녹조 창궐이 더 악화된 형태로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과 지속적인 가뭄 등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예상을 벗어난 수준의 녹조 발생이 덮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최근 낙동강 물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유해 녹조 성분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사실과 녹조 창궐 등을 엮어 4대강 보 해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가 유속을 떨어뜨리며 녹조 발생한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영남 주민의 주요 낙동강 상수원 모두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녹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문개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환경부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시물레이션 용역 조사에서 낙동강은 대부분의 보에서 해체 시 녹조 발생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으며,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를 제외한 나머지 보는 해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유지보다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김백상 기자 k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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